전남 순천에서 일면식 없는 10대 여성을 살해한 박대성(30)이 범행 직전 극단적 선택 의심 신고로 경찰과 면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4일 전남 순천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오전 0시15분쯤 박대성의 친형은 “동생의 극단적 선택이 의심된다”며 119에 신고했다.
공조 요청을 받은 경찰은 신고 접수 3분 만에 박대성이 운영하는 순천시 조례동의 가게에 도착해 5분여간 조사를 벌였다.
가게 앞에 앉아 흡연 중이던 박대성은 당시 술에 취한 상태였지만 자신의 상태에 대해 “괜찮다”며 고분고분하게 답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횡설수설한다거나 자해 등의 자살 의심 징후로 볼만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아 별다른 후속 조치 없이 현장 종결 처리했다. 경찰 관계자는 “면담 도중 범행 의심 징후 같은 건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며 “다른 신고가 접수돼 이동했다”고 말했다.
박대성은 경찰이 현장을 떠난 후 8분간 가게 안에 머무르다가 밖으로 나왔다. 이후 오전 0시44분쯤 귀가하던 피해자 A(18)양을 800m가량 뒤따라가 살해했다. 경찰과 면담한 지 20여분 만이다.
박대성은 범행 이후에도 2시간가량 흉기를 지닌 채 술집과 노래방을 돌아다녔다. 경찰이 확보한 CCTV 영상에선 범행 직후 박대성이 웃는 듯한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후 인근 주차장에서 차량을 발로 차다가 차주와 시비가 붙으면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주차 시비 조사 당시 경찰은 살인사건 발생과 용의자 인상착의에 대한 보고를 접수하고 박대성을 살인사건 용의자로 긴급체포했다.
이날 경찰은 박대성을 살인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박대성은 경찰 조사에서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장사도 안돼 소주를 네 병 정도 마셨다. 범행 상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