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주요 교단이 이단으로 규정한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 정명석(78)씨가 항소심에서 징역 17년을 선고받았다. 1심에서 23년을 선고받았으나 감형을 받은 것이다. JMS 피해자 측은 “재판부가 감형함으로써 성폭행 피해자들에 대해 2차 가해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대전고법 제3형사부(재판장 김병식)는 2일 준강간과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정씨에 대해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15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10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과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 10년간 정보공개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여신도들은 세뇌되거나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고 자신은 신이 아니며 사람이라고 지속해 설교해 왔다”며 양형부당을 주장한 정씨 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앞서 검찰은 정씨가 교주라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피해자를 세뇌하고 다른 신도를 범행에 동원하는 등 종교적 세력을 이용해 조직적 범행을 저질렀다며 징역 30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1심에서 검찰이 구형한 형량과 같다.
JMS 피해자들을 도와 온 김도형 단국대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재판부는 재판 중에도 피해자들에 대해 배려하지 않고 이들을 괴롭혀 왔다”며 “검찰과 피해자들이 반대했음에도 피해자의 녹음파일을 공개한 것과 재판 과정에서 정씨의 구속 만기를 넘긴 것이 대표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불성실한 태도로 재판을 이끌었고 결국 1심보다 가벼운 형량을 선고했다”며 “이는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정씨는 2018년 2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충남 금산군 월명동 수련원 등에서 23차례에 걸쳐 홍콩 국적 여신도 메이플(29)을 추행하거나 성폭행하고 호주 국적 여신도 에이미(30)와 한국인 여신도를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정씨는 이 사건 외에도 비슷한 시기에 다른 여신도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추가 기소돼 대전지법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다. 김 교수는 “이번 항소심 외에도 추가 성폭행 피해자들이 정씨를 고소한 건도 아직 남아 있다”며 “재판부가 올바른 재판을 내릴 수 있길 한국교회에서 기도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JMS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과 합동, 기독교대한감리회 등 한국교회 주요 교단으로부터 성경 해석을 비롯해 교회론과 삼위일체론, 부활론 등에서 정통 개신 교리와 다르다는 이유로 이단으로 규정된 단체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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