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해”vs“소름 끼쳐”…논란의 랍스터 메뉴 [여러분 생각은]

몸통이 절단된 채 집게발을 움직이는 바닷가재(랍스터)를 특별 메뉴로 서비스하는 서울의 한 식당이 유명세를 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어차피 음식으로 먹을 대상인데 특별해 보인다는 반응이 일부 있는 반면 인도적인 조리방법과 윤리적인 식탁 등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해당 식당의 랍스터 요리는 지난 23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인스타에서 너무하다고 난리 난 랍스터 식당’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오면서 알려졌다.

이 게시물에는 손님 상에 올려진 랍스터가 몸통이 잘린 채 집게발을 꿈틀거리는 영상이 담겨 있었다. 특히 움직이는 집게발엔 꽃과 편지가 꽂혀 있고, 머리에는 왕관이 쓰여져 있다. 아직 생명이 있는 채로 메시지와 선물을 손님에게 전달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영상이었다.

특히 이 식당은 인기 연애 예능 프로그램인 ‘나는솔로’ 에서 인연을 맺은 커플이 식사하러왔던 곳으로 알려져 더욱 화제가 됐다.

게시물 속 영상을 본 누리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일부는 “맛있어 보인다” “꼭 한번 가보고 싶어진다” 등의 댓글을 달며 관심을 보였지만 “소름 끼친다” “랍스터를 잘라놓고 왕관을 씌어놓은 게 너무 기괴하다” 등의 비판을 터뜨리는 이들도 많았다.

특히 아무리 먹는 음식이더라도 조리 과정에서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윤리적인 조리법’이 무시됐다는 지적이 많았다. 한 누리꾼은 “회를 뜨기 전에 고통을 덜 느끼라고 기절시키는데 여기는 아파서 몸부림치는 걸 보고 들떠서 기뻐하는 게 소름 끼친다. 음식값 준다고 해도 안 가고 싶다”고 말했고, 또 다른 누리꾼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도덕적으로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일부 국가에서는 랍스터를 산 채로 조리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영국은 갑각류와 조개류도 외상을 겪으면 고통을 느낀다는 최근 연구 결과를 반영해 랍스터를 요리하기 전에 반드시 기절시켜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스위스에서는 랍스터를 산 채로 끓는 물에 넣으면 형사처벌을 받게 돼 있고, 뉴질랜드와 노르웨이에도 유사한 제도가 존재한다.

다만 해당 음식점 사장 한모씨는 26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랍스터 조리시 머리 뒤쪽을 먼저 바늘로 찔러 신경을 제거하기에 랍스터는 이미 죽은 상태”라며 영상은 “아주 짧은 시간 사후 경련으로 움직이는 랍스터를 포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살아있는 랍스터를 조리하거나 괴롭히는 방식으로 서비스한 것이 아니라 죽은 상태였다는 것이다.

한씨는 이어 “랍스터에 왕관을 씌우고 생화를 더하는 것은 기념일을 맞이한 손님들을 위한 특별한 서비스”라며 매일 하는 것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또한 한국의 현행 동물보호법이 보호하는 동물은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신경체계가 발달한 척추동물’로 한정하고 있다. 포유류, 조류, 파충류, 양서류 그리고 어류가 이에 해당된다. 열거된 동물 가운데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동물은 제외된다. 따라서 랍스터와 같은 무척추동물은 해당 법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

2021년 한 유튜버가 재미로 살아있는 낙지를 와플팬에 굽는 영상을 송출했다가 동물 학대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무척추동물인 낙지는 동물보호법상 동물에 해당하지 않아 처벌받지 않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살아있는 낙지를 그대로 잘라 먹는 낙지탕탕이나 산 채로 끓는 물에 넣어 먹는 문어 숙회 등처럼 살아있는 생물을 그대로 먹거나 통째로 삶아 먹는 요리법이 보편적인 한국의 식습관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랍스터를 산 채로 자른 것이 문제라면 산낙지와 활어회 등 우리의 식습관 자체도 부정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것이다.

반면 논란이 된 랍스터 식당 등의 경우 요리 자체가 아닌 퍼포먼스나 유희를 위해 산 생물을 이용한 것이어서 문제라는 반론도 제기됐다.

결국 산 생물을 먹는 식문화와 별개로 이를 다루는 과정에서 최소한의 윤리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 정진아 팀장은 “몸통이 절단되어 고통스러워하는 랍스터를 식탁에 전시하고 이를 즐기는 등 동물의 고통을 오락으로 소비하는 행태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식재료로 이용하는 것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동물이라 하더라도 요리 과정에서 동물이 불필요한 고통을 겪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은서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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