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년간 사형수로 복역한 일본 남성이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26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시즈오카 지방법원은 1966년 시즈오카현 된장 제조 회사의 전무 일가 4명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돼 사형이 확정된 하카마다 이와오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체포된 지 58년 만에, 나이 88세에 무죄가 밝혀진 것이다.
재심 재판장은 하카마다를 유죄로 판결한 이전 재판의 증거에는 3가지 조작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먼저 하카마다가 자백했다고 한 검찰의 조서는 비인도적인 조사로 획득된 허위의 것으로 “실질적인 조작”이라고 했다.
또 하카마다 체포 1년 후에 갑자기 발견된, 범행 당시 입었다는 의류 5점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에 의해서 혈흔을 붙이는 등 가공이 되었다”고 말했다. 5점의 의류와 같은 소재라며 하카다마 친가로부터 압수한 의류 조각도 “수사기관에 의해서 조작된 것”이라고 했다.
재판장은 이러한 증거들을 배제하면 하카마다를 범인이 아니라고 해도 이를 부정할 사실 관계가 없다며 “하카마다가 범인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판결까지 16차례 이어진 재심 공판에서 최대 쟁점은 5점의 의류에 묻은 혈흔의 색깔 변화였다. 의류는 하카마다가 체포된 지 약 1년 후 된장 공장 내 된장 탱크에서 발견되었으며, 발견 당시 선명한 붉은 색 혈흔이 묻어있었다.
변호인 측은 의류에 대한 실험과 전문가 감정 결과를 근거로 “혈흔은 1년이 지나면 붉은 색이 사라진다”며 붉은 색 혈흔이 그대로 남아 있는 의류는 수사기관이 조작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법의학자 등의 공동 감정서를 제출해 “장기간 된장에 절어도 붉은 기가 남을 가능성은 부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심 재판장은 변호인 측의 주장을 전면적으로 인정해 “1년 이상 된장에 절인 경우에 혈흔에 붉은 기가 남는다고는 인정하지 않는다”며 수사기관에 의한 조작이라고 판단했다.
된장 공장 종업원이자 전 프로복서인 하카마다는 1966년 회사의 전무와 전무의 아내 및 10대 자녀 2명까지 일가족 4명을 살해하고 집에 불을 지른 혐의로 체포됐다. 1968년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됐고, 1980년 최종심에서 사형이 확정됐다.
하카마다 측은 2008년 재심 청구심을 제기했고, 10여년의 법적 공방을 벌인 끝에 2023년 3월 도쿄 고등법원으로부터 재심 명령을 얻어냈다.
재심 과정은 하카마다의 누나가 대리했다. 오랜 수감 생활로 신체적, 정신적 건강이 악화된 하카마다는 이날 재심 판결에도 출석하지 못했다. 하카마다는 사형수로 46년을 복역했으며, 이는 세계 사형수의 복역 기간으로는 가장 긴 것으로 추정된다.
아시히신문은 일본에서 사형이 확정된 사건이 재심에서 무죄가 된 것은 전후 5번째라며 지금까지 검찰이 재심 공판에서 무죄를 받은 판결에 항소한 예는 거의 없다고 전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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