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지난해 10월 전국 치안센터 폐지 계획을 발표한 이후 200여개 치안센터를 폐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간 제기됐던 ‘지방 치안 공백’ 우려를 의식한 듯 이중 절반 이상은 서울 소재였다. 향후 농어촌 치안센터 폐지를 둘러싼 논쟁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폐지된 전국 치안센터는 총 213곳이다. 폐지된 치안센터는 서울이 109곳으로 가장 많았으며 부산이 50곳, 대구가 25곳 등으로 뒤를 이었다.
폐지 결과 현재 전국에는 741개 치안센터가 남았다. 지역별로 보면 전남 지역 치안센터가 122개로 가장 많고, 경북·경남(93개), 전북(92개), 충남(82개) 등의 순이다.
앞서 치안센터는 당초 목적과 달리 상주 인원 없이 방치되거나, 허술한 운영으로 긴급상황 발생 시에도 제 역할을 못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 5월 기준으로 치안센터에서 근무하는 총인원은 446명으로 치안센터 개수(741개)와 비교하면 근무 인원이 크게 못 미치는 실정이다. 심지어 광주지역 치안센터 2곳에서 근무하는 인원은 0명이다.
이에 경찰청은 치안 효율화 차원에서 지난해 10월 전국 치안센터 952곳 중 576곳(60.5%)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치안 공백, 범죄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결국 이를 백지화했다.
이후 국회 행안위 회의가 열릴 때마다 비수도권 지역구 의원을 중심으로 치안센터 폐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는 상황이다. 치안센터 폐지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면 인구가 적은 농어촌 위주로 폐지될 가능성이 큰데, 이렇게 되면 지방 치안 공백이 가시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농촌 치안센터 폐지가 완전히 중단된 것은 아니다. 잠시 유예된 상황이라 이를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도 지속할 전망이다. 경찰청은 “다음 달까지 매년 시행하는 전국 치안센터 운영실태 점검 중이며, 향후 치안센터 감축 계획은 미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치안센터 관련 비용 및 효과를 제대로 분석해 정책 방향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16일 “단순히 지역 주민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국가 예산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문제”라며 “순찰 강화, 비상벨과 CCTV 확충 등 여러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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