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패럴림픽에 나선 공기소총 간판 박진호(47·강릉시청)가 한국 선수단에 두 번째 금메달을 선사했다. 3년 전 도쿄 대회에서 0.1점 차로 금메달을 놓친 한도 풀었다.
박진호는 31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파리 패럴림픽 사격 R1 남자 10ｍ 공기소총 입사(스포츠등급 SH1) 결선에서 249.4점을 쏴 예르킨 가바소프(카자흐스탄·247.7점)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한국 사격은 전날 P1 남자 10ｍ 공기권총(스포츠등급 SH1) 조정두(37·BDH파라스)에 이어 이틀 연속 금메달 행진을 벌였다. 이틀간 사격에서 나온 메달은 4개(금2·은1·동1)다.
박진호는 2002년 낙상 사고로 척수 장애를 입었다. 체대 출신이었던 그는 재활 의사의 권유로 사격에 입문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우승에 이어 창원 월드컵 대회에선 결선 세계기록(250.5점)을 수립했다. 본선 세계기록(631.3점)도 그가 보유하고 있다.
2020 도쿄 대회에선 은메달과 동메달을 1개씩 얻었다. 복사 종목에서 0.1점 차로 금메달을 놓친 게 못내 아쉬움으로 남아 있었다. 당시 이기고 있던 박진호는 경기 막판 고관절 부위의 경련이 일면서 한 발의 실수가 경기 결과를 바꿨다.
박진호는 “세계선수권과 월드컵 우승도 많이 해봤는데 패럴림픽만큼은 금메달이 없어 아쉬움이 컸다”며 “비어있던 게 꽉 찬 느낌이다. 패럴림픽에서 애국가를 울린다는 생각에 뭉클했다”는 소감을 전했다.
마지막 퍼즐을 끼운 순간 자신을 도와준 많은 이들이 떠올랐다. 함께 사격을 하고 있는 아내 양연주와 대회 준비로 자주 찾아 뵙지 못한 부모에게 “감사하다. 사랑한다”는 말을 전했다.
소속팀 지도자인 강주영 감독에 대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박진호는 “강 감독이 강릉에서 여기까지 오셨다. 제가 (마시는) 물을 가리는 것을 아셔서 생수까지 공수해주셨다”며 “제일 감사드리고 싶은 분”이라고 말했다.
박진호는 이날 경기를 마친 뒤 대회 조직위원회 관계자의 부탁을 받고 프랑스 어린이와 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금메달리스트와 사진을 찍고 싶다는 일곱 살 아르튀르 베르토메의 요청에 흔쾌히 응한 것이다.
아르튀르의 어머니 에마뉘엘씨는 “(아들의) 몸 상태가 어떻게 악화될지 모르는 장애를 갖고 있다. 뇌와 근육에 장애를 갖고 있어서 몸에 힘을 주지 못하는데, 스포츠를 정말 좋아한다”며 “아르튀르가 패럴림픽을 최대한 즐길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르튀르 가족은 보금자리 한편에 박진호와 남긴 사진을 액자에 담아 보관할 예정이다.
파리=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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