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대 가상자산 사기 혐의를 받는 투자사 대표를 법정에서 습격한 50대 남성이 구속됐다.
서울남부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0일 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A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뒤 “도망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지난 28일 오후 2시26분쯤 남부지법 3층 법정에서 하루인베스트 대표 이모씨의 재판을 방청하던 도중 달려들어 흉기로 목을 찌른 혐의를 받는다. 병원으로 후송된 이씨는 한때 위독했으나 현재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하루인베스트 ‘출금 중단 사태’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출금 중단에 따른 손해에 불만을 품고 범행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날 오전 10시쯤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흉기를 어떻게 반입했나” “코인 손해를 본 게 억울해 범행했나” 등 취재진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경찰 호송차에서 내린 그는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법정에 들어섰다.
한편 A씨가 어떻게 법정에 흉기를 반입했는지에 대한 조사도 이뤄지고 있다. 통상 법정에 출입하는 이들은 금속 탐지 기능이 있는 보안검색대를 통과해야 하는 만큼 흉기 반입이 어렵다.
경찰은 A씨가 금속성 재질인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든 흉기를 이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수개월 전 집 근처 마트에서 구매한 과도를 가방에 넣어 법정에 들어갔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자세한 범행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당시 CCTV를 분석하며 보안검색대 엑스레이(X-Ray) 작동 여부도 살펴보고 있다. 사회복무요원 2명과 법원 직원 1명 등 당시 보안검색대 근무자 3명에게는 참고인 조사를 위한 출석을 요구했다.
이번 사건 피해자인 이씨는 2020년 3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하루인베스트에 예치하면 원금과 함께 업계 최고 수익을 보장할 것처럼 고객들을 속인 뒤 돌연 출금을 중단해 고객 자금을 가로챈 혐의로 지난 2월 구속기소됐다. 파악된 피해액만 1조4000억원에 달한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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