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민주당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에서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한다. 당과 개인보다 국가를 우선시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경청하는 대통령, 현실적이고 실용적이며 상식적인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외교 기조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이름을 직접 언급하며 “나는 김정은 같은 독재자에게 아첨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에서 열린 후보 수락 연설에서 “법치주의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평화로운 권력 이양 등 미국의 기본 원칙을 지키겠다”며 “우리의 가장 높은 열망을 중심으로 우리를 하나로 묶는 대통령이 되겠다. 이것이 인생의 목표“라고 했다.
해리스는 “검사로서 나는 자랑스럽게 ‘국민을 위한 카멀라 해리스’라는 말을 했다”며 “국민을 대신해 정당, 인종, 성별, 언어에 상관없이, 나와 같이 자라 힘들게 일하며 꿈을 위해 살아온 사람을 위해 그들의 역사가 새겨져야 하는 모두를 대신해 나는 후보 지명을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해리스는 “이번 선거는 분열과 냉소의 과거로 돌아가느냐, 아니면 신세계로 나아가는 새 장을 여는 기회를 잡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며 “당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인으로서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해리스는 연설의 상당 부분을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데 할애했다. 그는 “트럼프는 진지하지 못한 사람이지만, 그를 백악관에 다시 들여놓는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 될 것”이라며 “대법원이 그에게 형사 기소에 대한 면책 특권을 부여한 상황에서 그가 가지게 될 힘을 상상해 보라”고 했다.
외교 분야에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중심으로 한 동맹을 강조했다. 해리스는 “대통령으로서 나는 우크라이나와 나토 동맹과 함께 단단히 서겠다”고 말했다.
해리스는 진보진영의 반발을 사고 있는 가자지구 전쟁 대응에 대해서도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항상 이스라엘의 방어권을 옹호할 것이며, 이스라엘 국민이 하마스가 일으킨 성폭력과 학살에 다시는 직면하지 않도록 이스라엘이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지난 10개월 동안 가자지구에서 일어난 일은 참혹하다”며 “가자지구의 고통이 끝나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존엄성, 안전, 자유, 자결권을 실현할 수 있도록 이 전쟁을 종식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와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외교’를 겨냥해 “나는 트럼프를 응원하는 김정은과 같은 독재자에 아첨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은 그(트럼프)가 아첨과 호의로 조종하기 쉽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해리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고령 리스크’ 끝에 전격 사퇴하면서 ‘횃불’을 넘겨받은 경선 없이 대선 후보로 직행했다. 해리스는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 당내 핵심 인사들이 전폭적 지지를 확보했다. 민주당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바탕으로 중도층으로 지지세를 확장하면서 전국 여론조사와 경합주에서 트럼프와 박빙 승부를 펼치고 있다.
해리스가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이날 화려한 ‘대관식’을 통해 피날레를 장식하면서 공화당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미국의 미래 권력을 두고 75일간 양보할 수 없는 한판 대결을 벌이게 됐다. 해리스는 미국 정당 사상 첫 유색인종 여성 후보가 돼 백인 남성인 공화당 후보 트럼프 와 선명한 대결 구도 속에 대선전을 치르게 됐다.
시카고=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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