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36주차에 사망한 태아가 임신중절(낙태) 수술 관련 유튜브 영상이 올라온 지 보름 넘게 지나서야 화장된 것으로 확인됐다. 태아 화장에 관여한 대행업체 등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 한 장례식장 관계자는 19일 국민일보 기자와 만나 “해당 태아에 대한 화장 절차가 마무리된 시점은 지난달 13일”이라고 말했다.
앞서 유튜버 A씨는 지난 6월 27일 유튜브에 ‘총수술비용 900만원, 지옥 같던 120시간’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려 임신 36주 차에 낙태 수술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영상 게재 16일이 지나서야 태아에 대한 화장 절차가 완료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12일 산모와 수술 의사에 대해 살인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복지부의 수사 의뢰 하루 뒤에 화장이 이뤄진 셈이다. 수술 완료 시점부터 화장 시설로 옮겨지기 전까지 태아의 시신이 어디에 보관돼 있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태아 화장이 진행된 장례식장은 낙태 수술을 진행한 병원 측으로부터 사산증명서를 받아 화장 절차를 진행했다고 한다. 태아 시신도 대행사 측이 장례식장까지 운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산 증명서에는 사산아 부모의 인적사항(성명, 연령, 직업, 주소 등)과 사산의 종류(자연 사산, 인공 임신중지 등), 사산 원인 등이 기재된다.
수술을 집도한 수도권 병원장 A씨(78)는 한 화장대행사를 통해 이 장례식장에 화장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례식장에는 매년 120여건에 달하는 사산아 화장 절차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장 신청은 화장 당일로부터 5일 전부터 가능하다. 태아 화장 신청은 빨라야 지난달 8일 접수된 것이다. 화장을 마친 태아의 유골은 화장대행사에서 다시 회수해 간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대행사는 사산아 화장을 전문적으로 대행하는 업체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임신 4개월(12~16주) 이전 사산아는 의료폐기물로 간주돼 폐기물관리법에 의해 처리된다. 그 기간 이상의 태아가 사산하면 시신으로 규정해 반드시 매장 또는 화장을 해야 한다.
경찰은 화장대행사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전망이다. A씨의 화장 의뢰 과정을 포함해 화장 절차에 위법한 점은 없었는지를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수술을 진행한 병원 내부엔 당시 상황을 확인할 만한 CCTV는 설치돼 있지 않았다. 경찰은 의료기록 분석과 해당 수술에 참여한 병원 관계자들을 불러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다.
최원준 기자 1j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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