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동구는 고독사 등으로 세상을 떠난 이들의 ‘유품 정리’를 맡거나 정리수납이 꼭 필요한 소외계층을 돕는 일명 ‘나비 활동가’를 현장에 본격 투입했다고 4일 밝혔다.
외롭게 숨진 이들을 위해 동구가 전국 최초로 운영 중인 민간 주도의 ‘동구형 유품 정리’ 사업을 위해 양성한 나눔과 비움(나비) 전문가들이다.
동구는 주민 봉사자로 구성된 나비활동가 23명이 지난 상반기 동안 유품정리 등에 관한 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았다고 설명했다.
‘유품정리사’ 양성과정을 거쳐 정리수납전문가 자격증을 딴 이들은 충장동에서 지난 2일 혼자 사는 어르신의 남은 짐을 정리한 데 이어 이튿날 산수2동 한부모 가정을 대상으로 정리수납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후 희망 가구를 대상으로 각 동에서 신청을 받아 관내 13개 동을 순회하며 우선 올해 말까지 생전정리 수납, 유품 정리, 특수 청소 서비스를 지원하게 된다.
이들은 사후 유품 정리보다는 ‘생전 소유물’을 정리하고 나누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당사자에게는 필요하지 않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긴요한 물건들을 나눠 자원순환을 실천한다는 것이다.
나비활동가들은 이에 따라 생전 정리수납이 필요한 세대를 방문해 사용 빈도가 낮은 물건은 비우고 이웃과 나눔 활동을 실천해 자원을 선순환하고 환경을 보호한다는 계획이다.
첫 활동 대상이 된 충장동 어르신은 “오래된 물건이 집안 곳곳에 많이 쌓여 있어 정리하고 싶었지만 몸이 아파 차일피일 미뤄왔다”면서 “활동가들 덕분에 살림살이를 깨끗하게 정리할 수 있어 홀가분하다. 자주 사용하지 않는 물건은 이웃들과 함께 나누게 되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 어르신은 또 “예전에 사용하던 물건을 오랜만에 마주하면서 인생의 소중한 추억들이 떠올라 이웃들과 즐겁게 이야기 나눌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동구는 나비활동가 활동이 독거 어르신, 한부모 가정, 1인 가구 등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큰 힘이 되도록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1인 가구 비율이 높은 동구는 고독사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전국에서 처음으로 동구형 유품 정리 사업에 착수했다.
다른 지자체처럼 관(官)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게 아니라 주민들로 구성된 자원봉사자가 관련 교육을 이수한 뒤 물품 정리가 필요한 가정에 방문, 서비스를 진행하는 사업이다.
이웃이 이웃의 돌봄을 책임지는 ‘돌봄 네트워크’를 구축해 주민이 스스로 지역 문제를 적극 해결하는 데 앞장서도록 차별화한게 특징이다.
독거 어르신과 장애인 등 몸이 불편한 가구의 정리수납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청년과 중년층 가정에는 정리수납 멘토링도 병행해 해당 가정이 정돈된 생활을 유지하고 삶의 질이 향상되도록 하는 게 목표다.
임택 동구청장은 “올해 ‘따뜻하고 세심한 공감 복지 정책’을 펼치는 데 주력하겠다”며 “나비활동가들이 일선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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