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6명 가까이가 정치 성향이 다른 상대방과 연애나 결혼을 할 수 없다고 여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4일 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의 ‘사회 통합 실태 진단 및 대응 방안-공정성과 갈등 인식’ 보고서를 보면 이 기관이 작년 6~8월 19~75세 남녀 3950명을 대상으로 벌인 2023년 ‘사회 갈등과 통합 실태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여러 사안 중 진보와 보수 사이의 갈등이 가장 심각하다고 봤다. 응답자의 92.3%가 진보-보수 간 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했는데 이는 2018년 조사(87%) 때보다 5% 포인트 이상 높아진 수치다.
진보-보수 간 갈등의 심각성은 정치 성향에 따른 교제 의향을 묻는 문항에 대한 답변에서도 드러났다. 58.2%가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 연애나 결혼을 할 수 없다고 답한 것이다. 이런 응답은 남성(53.9%)보다 여성(60.9%)에서, 청년층(51.8%)보다 노년층(68.6%)과 중장년층(56.6%)에서 많이 나왔다. 33%는 정치 성향이 다른 친구·지인과 술자리를 할 수 없다고 답했고 71.4%는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함께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 밖에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갈등(82.2%), 노사 갈등(79.1%), 빈부 갈등(78%),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 갈등(71.8%), 지역 갈등(71.5%)이 심각하다는 답변도 많았다.
보사연은 보고서를 통해 “대화와 소통이 단절되면 갈등이 해결되기는커녕 심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사회 구성원 간 갈등과 대립, 긴장과 반목을 풀어내려면 생각과 입장이 다른 사람과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공론장을 온·오프라인에 조성해 활성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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