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펜싱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 2관왕을 달성한 오상욱(27·대전광역시청)이 ‘이제 오상욱의 시대’라는 평가에 대해 겸손해했다.
오상욱과 구본길(35·국민체육진흥공단) 박상원(23·대전광역시청) 도경동(24·국군체육부대)으로 구성된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단체전 결승에서 헝가리를 상대로 45대 41 승리를 거두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흘 전 개인전에서 세계 정상에 우뚝 선 오상욱은 단체전 우승까지 이끌며 한국에 금메달 2개를 안겼다. 이로써 그는 한국 펜싱 선수 중 최초의 올림픽 2관왕으로 기록됐다.

오상욱은 이번 올림픽을 비롯해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까지 모두 우승하며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바 있다. 그야말로 독보적 이력이다. 결승전 직후 도경동은 동료이자 선배인 오상욱을 놓고 “우리는 지금 오상욱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공식 기자회견 이후 취재진을 만나 관련 질문을 받은 오상욱은 “그런 건 잘 모르겠다. (우리는) 그냥 ‘어펜저스’(어벤저스+펜싱)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본인뿐 아니라 다른 팀원들에게 영광을 돌린 것이다.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단체전 우승을 이룬 ‘원조’ 어펜저스를 계승해 새로 출범한 ‘뉴 어펜저스’마저 금메달을 땄다. 김정환·김준호가 자신과 구본길과 함께 뛰었던 어펜저스와 둘 대신 도경동·박상원이 합류한 뉴 어펜저스 가운데 누가 더 강하냐는 질문에 그는 형들과 함께한 ‘원조’를 꼽았다.

오상욱은 “어펜저스는 워낙 농익은 사람이 많았다. 내가 막내였다”며 “뉴 어펜저스는 조금 더 힘차고, 패기가 넘친다. 쓰나미 같은 그런 힘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전 때와 비슷하게 ‘넌 최고야’라는 말이 (단체전에서도) 내게 가장 꽂혔다. 그게 내게 가장 힘을 많이 줬다”며 “뒤에서 (원우영) 코치 선생님과 도경동 선수가 후보로 있으면서 계속 응원해줬다”고 전했다.

앞선 ‘난적’ 프랑스와 만난 준결승전 승리는 ‘소음 훈련’의 성과라고 짚었다. 그랑 팔레를 가득 채운 프랑스 관중의 일방적 응원에도 한국은 개의치 않고 제 실력을 발휘했다. 오상욱은 “박수 등 소리가 엄청나게 크게 들리도록 녹음된 음성을 틀어놓는 식으로 훈련했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한국 펜싱 역사상 ‘최고 검객’이라는 평가에 대해선 아직은 그런 평가를 받을 때가 아니라고 했다. 오상욱은 “단체전까지 수월하게, 기분 좋게 끝냈다면 30분 정도는 자만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웃으며 “마무리가 조금 아쉬웠다. 이 메달을 따서 기쁘기도 하지만 ‘다음에 저 선수를 만나면 내가 이길 수 있을까’ 의심도 들었다”고 털어놨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8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