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 이슬처럼…”
작사·작곡가이자 극단 겸 소극장 학전을 이끌었던 고(故) 김민기의 영정이 서울 대학로 아르코꿈밭극장(옛 학전 소극장)에 들어갔다가 나와 운구차로 향하는 순간 누군가가 고인의 대표곡인 ‘아침이슬’을 부르기 시작했다.
이날 아르코꿈밭극장에는 현재 극장을 운영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정병국 위원장을 비롯해 극단 학전 출신인 배우 설경구 황정민 장현성 방은진 배성우 최덕문 이황의, 고인과 친분이 두터웠던 가수 박학기와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 등 동료와 친구 수십 명이 모였다. 추모객들은 연신 눈물을 흘리면서 ‘아침이슬’을 부른 뒤 서로를 부둥켜안고 위로했다.
앞서 유족은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고인의 발인식을 엄수한 뒤 아르코꿈밭극장으로 왔다. 아르코꿈밭극장은 고인이 생전 33년간 작품을 올리고 신인 배우들을 발굴한 소극장 학전이 있던 곳이다. 극장에 도착한 유족들은 ‘김광석 노래비’가 설치된 화단에 영정을 놓고 묵념했다. 화단에는 고인을 기리며 시민들이 놓고 간 꽃과 막걸리, 맥주, 소주 등으로 빼곡했다. 조용한 것을 원한 고인의 뜻대로 별도의 영결식은 치르지 않았다.
극장을 둘러본 유족이 운구차에 오른 뒤 색소포니스트 이인권이 김민기의 ‘아름다운 사람’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이곳저곳에서 추모객들의 울음이 다시 터졌다. 그리고 “선생님 사랑합니다” “안녕히 가세요”라고 외치는 소리가 나왔다.
지난해 가을 위암 4기 판정을 받고 투병해온 고인은 최근 급속도로 건강이 악화해 지난 21일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73세. 고인의 유해는 천안공원묘원에 봉안된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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