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의 한 고층아파트 옥상에서 투신을 시도하려던 고등학생이 출동한 경찰 위기협상 전문요원들의 2시간 넘는 설득 끝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16일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30분쯤 “(지인이) 강남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릴 것이라고 한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경찰은 신고한 지인에게 받은 투신 시도자 A군(16)의 사진을 확보하고 A군 휴대전화 신호가 잡히는 지역의 일대 아파트 15개 동을 수색해 서초구 한 아파트 24층 옥상 난간에서 A군을 발견했다.
당시 A군은 옥상의 좁은 난간에 쪼그려 앉아 있었고 건물 구조상 접근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경찰은 즉시 자살 기도자 대응에 특화된 위기협상 전문요원 2명을 투입해 설득에 나섰다.
요원들은 A군에게 사는 곳, 가족관계, 좋아하는 음식 등을 물으며 대화를 유도하고 ‘누나’ ‘형’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게 하면서 신뢰를 쌓았다. 처음엔 거부 반응을 보이던 A군은 점점 대화에 동참하며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그렇게 2시간여 동안 설득이 이어졌다.
A군이 아래쪽을 바라볼 때마다 요원은 “○○아, 누나 봐야지. 누나 여기 있어”라고 말하며 주의를 돌리는 한편 “누나가 ○○이 얼굴 보고 얘기하고 싶어서 그래”라며 다독였다. 결국 ‘스스로 넘어가겠다’며 난간 안쪽으로 다가오는 A군에게 “고마워, 누나 여기 있어”라고 말하며 A군의 손을 잡고 이끌어 구조에 성공했다.
서초경찰서는 지난 4월 30일부터 전국 최초로 납치 감금, 인질강도뿐 아니라 자살 기도자에도 특화된 위기협상 전문요원을 선발, 운영하기 시작해 지난달부터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서초서 측은 “요원들의 활약상이 돋보인 사례”라고 자평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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