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 가격이 한 달 새 배 이상 오르면서 고깃값보다 비싼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폭염과 장마로 경작지 피해가 이어지면서 상추를 비롯한 채솟값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15일 적상추 100g 소매가격은 1881원으로 지난달보다 배 이상(111%) 올랐다. 지난 12일만 해도 1348원이었던 적상추 가격은 주말 사이 39.5% 뛰어올랐다. 청상추 100g의 가격도 2035원으로 지난달 대비 101% 급등했다. 마찬가지로 주말을 지나면서 가격이 27.7% 올랐다.
같은 무게 단위(100g)로 보면 돼지고기 가격이 상추 가격보다 낮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돼지고기 앞다리살 평균 가격은 전날 기준 1370원이었다. 수입 돼지고기 삼겹살의 가격은 1454원으로 상추 가격이 돼지고기 가격을 넘어섰다.
상추는 충남 논산시, 전북 익산시 등에서 대규모 침수가 발생해 출하량이 급감하면서 가격이 올랐다. 비 피해가 발생한 지역들은 이달 서울 가락시장에 공급되는 상추 전체 물량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곳이다. 논산·익산시에서는 각각 상추 재배지의 6.9%, 18.1%가 물에 잠겼다.
깻잎도 충남 금산군의 비 피해로 공급량이 줄어 가격이 올랐다. 금산 깻잎의 양은 이달 가락시장 깻잎 공급량의 과반을 차지하는데 지난주 내린 비로 군 내 깻잎 재배지의 8.7%가 침수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들 채소의 재정식(재파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상추와 깻잎은 재정식 뒤 각각 20일, 한 달 뒤면 수확이 가능하다.
다른 채소 가격도 오름세다. 여름철 수요가 많은 오이의 경우 10개 기준 소매가격이 1만1650원으로 한 달 전(7867원)보다 48% 올랐다. 시금치 100g 가격은 1478원으로 전월(770원) 대비 92% 상승했으며 풋고추 가격도 100g당 1588원으로 전월(1290원) 대비 23.1% 올랐다.
문제는 갈수록 기상 환경이 악화하고 있어 앞으로 채소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앞서 지난 7일부터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내린 집중호우로 축구장 1만4000개 넓이의 농작물이 물에 잠겼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기상예보에 따르면 이달 1~4주까지 평균 기온과 강수량은 모두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확률이 40~50%로 추정됐다. 연구원은 지난해 동기보다 이달 배추와 무, 당근 등 주요 엽근채소의 출하량 감소와 가격 상승을 예상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호우 피해로 농산물 가격이 오를지 주시하고 있다. 배추와 무는 재배면적 감소에 따라 가격이 상승세에 있어 비축 물량을 시장에 공급해 가격 안정화에 나선다. 사과, 배, 포도, 복숭아 등 과일류는 비 피해 면적이 작고 생육이 전반적으로 양호해 수급이 안정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농식품부는 지난 7~10일 내린 비로 침수된 논에 대해 모두 퇴수 조처를 마쳤고 저수지 저수율을 76% 수준으로 낮췄다. 농작물 복구율은 86% 수준으로 집계됐으며 이달 말까지 복구를 완료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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