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실소유주 세모그룹을 운영한 고(故) 유병언 회장의 장남 유대균씨가 형사재판에서 반환한 횡령금에 세금을 부과한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으나 대법원에서 사실상 패소했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지난달 17일 유씨가 서울 서초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종합소득세 부과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 승소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앞서 유씨는 2002~2013년 상표권 사용료 등을 명목으로 세모그룹 계열사에서 수십억원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2015년 9월 징역 2년이 확정됐다. 횡령 혐의 금액은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에서 35억여원, 다판다에서 20억여원, 천해지에서 13억여원이었다.
서초세무서는 세무조사를 벌여 세모그룹 계열사들이 유씨에게 지급한 상표권 사용료를 포함한 유씨 소득을 다시 산정해 2017년 9월 11억3000여만원의 종합소득세를 부과했다. 유씨는 2015년 형사재판을 받는 동안 청해진해운과 천해지에서 받은 사용료를 반환했는데 과세당국이 이를 고려하지 않아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냈다.
1심은 유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재판부는 “유씨가 사용료 일부를 공탁한 건 형사사건에서 양형에 반영 받기 위한 것이지 해당 회사들이 자발적 노력으로 사용료를 회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횡령으로 얻은 소득은 후발적 경정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고 해석해 유씨 승소로 판결했다. 후발적 경정청구란 과다 납부된 세금을 일정 기간 내에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절차다. 2심 재판부는 범죄로 얻은 위법한 소득이더라도 정당한 절차로 환수돼 경제적 이익이 사라졌다면 이를 추후에 조정해 돌려받을 수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을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은 “후발적 경정청구는 범행으로 얻은 위법 소득에 일단 납세의무가 성립하더라도 몰수‧추징을 당했다면 경제적 이익이 상실됐으므로 이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취지”라면서도 유씨에게 적용된 횡령죄의 경우 원칙적으로 몰수‧추징 대상이 아니므로 이를 적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미 유씨에게 범죄수익에 대한 납세의무가 이미 성립했다면 이를 추후에 반환했다고 하더라도 다시 조정할 수는 없다고 본 것이다.
이어 “(유씨가) 피해 법인에 횡령금을 반환한 건 양형상 이익이라는 무형의 이익을 얻기 위한 행위”라며 “경제적 이익 상실 가능성이 현실화해 종국적으로 소득이 실현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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