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광화문광장에 100m 높이의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1일 시청에서 광화문광장 국가상징공간 건립 관련 기자설명회를 열고 “국가상징공간은 국민 자긍심을 높이는 게 핵심”이라면서 이 같이 밝혔다.
오 시장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시민과 전문가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국민의 바람과 뜻이 담긴 의미 있는 장소로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초대형 태극기 게양대 등을 설치하겠다는 기존 계획은 철회하지만, 국가상징공간을 조성하는 사업 자체는 계속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오 시장은 지난달 25일 제74주년 6·25를 맞아 광화문광장에 ‘국가상징공간’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100m 높이의 태극기 게양대를 세우고, 그 앞에 영원한 애국과 불멸을 상징하는 조형물 ‘꺼지지 않는 불꽃’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워싱턴DC 내셔널몰의 ‘워싱턴 모뉴먼트’(워싱턴 기념탑),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에투알 개선문’ 등과 같이 광화문광장을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상징성을 보여주는 랜드마크로 조성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발표 이후 지나친 애국주의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쏟아졌고, 오히려 도시 경관을 해친다는 혹평이 잇따랐다. 정치권에서는 주로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여는 이른바 ‘태극기 세력’을 위한 공간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오 시장은 이에 “광화문광장은 서울 도심의 심장부이자 역사와 문화, 시민정신이 공존하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국가상징공간”이라며 “우리 민족의 고유한 정체성을 상징하는 이순신 장군, 세종대왕 동상과 함께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장소가 필요하다는 의지에서 시작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울의 랜드마크인 광화문광장에 대한민국 자유와 번영의 밑거름이 된 6·25전쟁 외에도 3·1독립운동, 4·19혁명 등 대한민국 발판을 만든 다양한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기념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태극기 게양대는 아니지만 대한민국 발전을 이끈 역사적인 순간들을 조망할 수 있는 상징물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시 홈페이지 등에 별도의 의견 수렴 창구를 만들고, 국가상징조형물의 형태·높이·기념할 역사적 사건과 인물 등 모든 부문에서 시민 의견을 모을 계획이다.
서울시는 내년 5월 착공·12월 준공을 목표로, 올해 8월부터 11월까지 설계 공모를 추진한다.
황민주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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