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매년 발행하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빠지지 않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육아휴직이다. 기업들은 육아휴직을 사용한 임직원 수와 육아 휴직 후 복귀율·유지율 등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저출생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기업들 또한 저출생 타파 기조에 일조하고 있다는 ‘사회적 책임’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란 기업의 경제적·환경적·사회적 성과를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 작성되는 것으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정보공개요구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쓰인다.
14일 국민일보가 최근 공개된 삼성전자·㈜SK·현대자동차·LG전자·포스코·㈜한화·롯데지주 등 7개 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분석 결과, 현대자동차와 LG전자를 제외한 5곳이 최근 3년 동안 육아휴직을 사용한 임직원 수가 늘었다.
삼성전자의 경우 2021년 육아휴직을 쓴 국내 임직원은 총 3935명이었는데. 2022년 4364명, 2023년 4477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국내 총 임직원 수 중 육아휴직을 사용한 이들의 비율도 증가 추세다. 2021년 삼성전자 국내 임직원 중 육아휴직을 사용한 비율은 약 3.5%에서 2023년 3.7%로 늘었다.
포스코의 경우 2021년 106명이던 육아휴직을 사용한 임직원 수가 지난해 260명으로 2년 만에 2.5배 증가했다. ‘남초 회사’ 이미지가 강한 한화 역시 육아휴직을 사용한 임직원의 수가 늘고 있다. 2020년 35명에 불과하던 ㈜한화의 육아휴직 사용 임직원 수는 2021년 58명, 2022년 64명, 2023년 66명으로 매년 증가했다.
일부 기업에선 육아휴직이 감소세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2022년 519명이던 육아휴직 사용 임직원 수가 2023년 387명으로 약 25% 감소했다. 같은 기간 현대자동차의 국내 임직원 수는 7만3431명에서 7만3015명으로 0.57%밖에 줄지 않았다. LG전자의 경우에도 육아휴직을 쓴 임직원의 수가 2022년 612명에서 2023년 598명으로 소폭 감소했다.
이에 대해 현대자동차 측은 “2022년과 2023년 사이에 육아 지원 관련해서 제도가 바뀐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남성 임직원 비율이 높은 현대자동차 특성상 남성이 가계를 책임지는 경우가 많다 보니 육아휴직을 쉽게 못 쓰는 경우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기업들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임직원의 육아 지원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강조하고 있다. 롯데 측은 “남성 육아휴직 제도를 의무화했다”며 “롯데그룹 임직원 100명당 출생률은 국가 통계 0.81명의 2배가 넘는 2.05명으로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육아휴직 기간을 법정 의무기간보다 1년 더 확대하여 제공하는 등 모성보호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계가 최근 몇년 새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육아휴직 사용 현황과 지원 제도 등을 공개하고 나선 데는 과거 잘못된 관행을 버리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그간 기업 내에서는 출산과 육아 등을 통해 경력단절이 발생하면 향후 인사나 승진 등에서 불리하다는 불안감이 팽배했다. 이런 분위기를 없애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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