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이 머리를 다친 환자를 ‘뚝배기’라고 지칭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병원 측의 사과에도 비판 여론은 거세다.
사건이 공론화된 건 10일 경남도민일보 보도를 통해서였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10시10분쯤 A씨는 아들이 자전거를 타다가 머리를 다치자 해당 병원 응급실 이용이 가능한지 문의했고, ‘대기 환자가 많아 2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치료가 시급했던 A씨는 결국 아들을 데리고 다른 병원을 찾았다.
해당 병원 응급실에 있던 의료진이 환자 방문 일정을 상의하는 과정에서 문제의 발언이 나왔다. 당시 의료진은 서로 “뚝배기 어디 갔느냐” “뚝배기 안 온대?” “뚝배기 다른 병원 간 거 같더라” 등의 대화를 나눴는데 이들의 목소리가 다른 환자들에게 들린 것이다. 뚝배기는 머리를 지칭하는 속어로, 이 상황에서는 머리 다친 응급환자를 지칭한 것으로 풀이됐다.
현장에 있던 B씨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당시 상황을 폭로하는 글을 올리면서 사건이 널리 알려졌다. B씨는 “응급실은 말 그대로 응급상황이고 모두가 심각한데 (의료진이) 큰소리로 사담을 나누고 장난치며 ‘뚝배기’라는 단어를 남발하는 게 정상인지 모르겠다”며 “치료받은 남편이랑 저는 둘 다 기분 나쁘게 병원을 나왔다. 이런 병원에서 다시는 치료받고 싶지 않다”고 분노를 표했다.
해당 게시글이 화제가 되면서 A씨도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한다. 상황을 종합해보니 병원 의료진이 A씨 아들의 응급진료 여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환자를 ‘뚝배기’라고 언급한 것으로 추정됐다.
논란이 커지자 병원 측은 8일 홈페이지에 이사장 명의의 사과문을 게시했다. 병원 측은 “이번 사건을 통해 직원 교육과 내부 관리에 많은 부분이 부족했음을 통감하고 있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부적절한 언행을 한 직원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그에 따른 조치, 전 직원 대상 재교육 실시, 병원 내 윤리기준과 행동지침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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