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링공, 아령, 양은 냄비, 부엌칼, 금속 파이프….’
체육관이나 부엌에서 볼만한 이 물건들이 나온 곳은 음식물 쓰레기를 잘게 부수는 기계 안이다. 누군가가 실수로 혹은 고의로 음식물 쓰레기통에 넣은 각종 이물질 때문에 작업자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7일 전북특별자치도 전주 리사이클링타운 운영업체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각종 이물질로 인해 음식물 파쇄·건조기가 25차례나 파손됐다. 수리비는 6억1900만원이 들었다.
운영업체는 “쓰레기 수거차가 음식물 쓰레기를 가져오면 분쇄·건조한 다음 퇴비로 만드는 작업을 거치는데, 음식물에 뒤섞인 이물질들 때문에 기계가 망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쇄기는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하는 동물 뼈나 조개껍데기 등 웬만한 이물질은 부술 수 있지만, 볼링공이나 아령같은 것이 끼이면 별수 없이 작동을 멈춘다.
이로 인해 만만찮은 수리비도 문제지만, 작업자의 안전이 더 걱정인 상황이다. 파쇄기에 걸린 이물질이 주변으로 튀거나 칼날이 부러지면 자칫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게다가 수리 기간에 음식물 쓰레기 처리가 늦어지는 것도 문제다.
전주시가 2016년 수익형 민간투자(BTO) 방식으로 세운 리사이클링타운은 음식물 쓰레기와 하수 찌꺼기, 재활용 쓰레기 등 일일 300t의 폐기물을 처리하는 시설이다. 전주지역 모든 음식물 쓰레기는 이곳에서 처리하는데, 파쇄기가 고장 나면 고칠 때까지 작업을 멈추거나 다른 지역에 일을 맡겨야 한다.
운영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여러 이물질이 쓰레기에 섞여 들어왔는데 요새 이런 일이 더 많아진 느낌이다. 벌써 올해만 7번이나 기계를 수리했다”며 “작업자가 크게 다친 적은 아직 없지만, 식칼이나 파이프 같은 게 기계 안에서 나올 때마다 불안불안하다”고 말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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