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의 신작 ‘배틀크러쉬’가 지난달 27일 얼리 액세스(앞서해보기) 형태로 시장에 출시됐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중심의 게임사 이미지를 벗고자 하는 노력이 절절히 느껴질 정도로 이 게임은 캐주얼 장르의 매력을 심도있게 연구한 흔적이 엿보였다. 다만 조작법에 따른 느린 속도감과 캐릭터, 아이템 간의 밸런스 차이 등 정식 출시 전까지 일부 다듬어야 할 부분도 여기저기 보였다.
배틀크러쉬는 온라인 배틀 아레나(MOBA) 장르에 배틀로얄 요소를 접목한 난투형 대전 액션 신작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좁아지는 지형과 적들 사이에서 최후의 1인이 되는 걸 목표로 전투를 펼친다. 현재 글로벌 100개국에서 출시됐으며 서비스 플랫폼은 모바일, PC, 닌텐도 스위치다. 크로스 플레이도 지원한다.
게임 완성도는 높았다. 15종의 캐릭터마다 다양한 공격 스킬과 능력치를 갖추고 있어 게이머의 입맛대로 플레이할 수 있었다. 한 판당 약 10분 정도의 플레이 시간으로 부담도 없었다. PC, 모바일, 닌텐도 스위치 모두 번갈아 가면서 체험해본 결과 끊김 현상 등 불편함을 느낄만한 부분이 없었고 전체적으로 깔끔한 플레이 경험을 줬다.
신화 속 인물을 모티브로 한 아기자기한 칼릭서(캐릭터)는 보면 볼수록 귀엽게 느껴졌다. 다소 뜬금없다고 평가받던 엔씨 야구단의 단디와 쎄리도 예상보다 매력적이었다. 처음부터 캐릭터를 모두 플레이할 순 없다. 인게임 재화로 구매할 수 있는 칼릭서들의 영혼 조각과 ‘에테르’를 바탕으로 캐릭터를 얻을 수 있다.
게임 속에선 다양한 효과를 주는 장비와 아이템 파밍이 관건이다. 특히 전장에 들어서기 전 운 좋게 시작 위치가 좋으면 장비를 독식할 수 있다. 맵에는 밀밭, 마을, 여신의 호수, 검의 무덤 등 다양한 이름을 가진 공간이 있다. 가령 밀밭에선 몸을 숨길 수 있는 밀이 가득한 수풀이 있고, 검의 무덤에선 어두운 풍경 속 중간중간 검이 꽂혀있다. 지역별 특징을 잘 녹여냈다는 인상이다.
또 현재 착용하고 있는 장비보다 좋은 구성품은 색깔로 구분돼있어 직관적으로 파밍할 수 있다. 좋은 능력치를 갖춘 장비 위를 지나가면 자동으로 장착돼 편리했다. 아울러 물약, 점멸, 폭탄 등 다양한 아이템을 적재적소에 잘 활용하면 참신하게 변수를 만들 수 있다.
게이머는 지형지물을 잘 활용해야 한다. 투사체가 막히는 벽, 수영을 할 수 있는 물, 적에게 들키지 않고 숨어서 이동할 수 있는 수풀 등 독창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많다. 공격과 회피에 쓰이는 기력 시스템도 적절히 완급 조절해야 한다.
이 게임은 함께하는 재미가 일품이다. 게임모드는 최대 30인이 참여해 최후의 승자를 가리는 ‘배틀로얄’, 한 명의 이용자가 3종의 캐릭터를 선택해 좁은 지형에서 대결하는 ‘난투’, 1대1로 진행되는 ‘듀얼’ 등 다양하다. 이중 배틀로얄이 가장 난도가 높으면서도 많은 게이머가 한꺼번에 참여해 템포가 빨랐다. 다양한 알림과 부활 시스템, 음성 대화 지원 등 협력 플레이에 필요한 기능을 잘 구현해 재미를 높였다.
비즈니스 모델(BM)은 ‘페이투윈(Pay to win)’의 과금 방식을 과감하게 지우고 ‘배틀패스’를 도입했다. 게임 속 재화인 크리스탈로는 코스튬, 모션 등 캐릭터의 외형을 꾸미는 데에만 쓸 수 있다.
캐릭터 밸런스는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대전 게임인 만큼 보다 엄격히 조절할 필요성이 느껴졌다. 게임을 하다 보면 캐릭터 간의 능력 차이가 크게 체감된다. 일부 캐릭터를 가진 팀이 높은 빈도로 우승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조작법도 자동 조작이 아닌 수동 조작일 때 일부 공격 판정이 다소 모호한 느낌을 준다. 스킬 사용 시 느려지는 속도감이 재미를 떨어뜨리기도 했다.
현재 글로벌 PC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복합적’ 평가를 받은 것도 이 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정식 출시를 앞두고 이런 피드백을 바탕으로 다듬는 작업이 필요하다. 엔씨는 연내 정식 출시 버전에서 랭크전과 1~2종의 신규 게임 모드도 함께 출시한다고 밝혔다.
김지윤 기자 merr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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