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한 아파트 단지 내 무인점포 업주가 부부 손님의 얼굴을 촬영해 ‘결제를 하지 않고 갔다’며 업장에 게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업주는 부부가 정상적으로 결제했다며 항의하자 합의금으로 3만4000원을 제시했다고 한다.
피해자 A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달 9일 아내와 함께 아파트 상가 안에 있는 무인점포를 방문해 3400원어치 아이스크림 4개를 구매했다. 그는 제로페이를 이용해 키오스크에서 결제를 마치고 가게를 나왔다. 가게 안에는 결제 방법 중 하나로 제로페이가 안내돼 있었다.
그러나 열흘이 지난 같은 달 22일 다시 점포를 방문한 A씨 부부는 깜짝 놀랐다. 무인점포 입구에 자신과 아내의 얼굴을 포함한 옆모습이 담긴 CCTV 영상 캡처 사진이 게시돼 있었기 때문이다.
사진 아래에는 ‘2024년 6월 9일 저녁 7시50분쯤 아이스크림 4개 결제 안 하고 가신 분 연락해 주시기를 바랍니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 아파트는 대규모 단지는 아니지만, 다른 단지와 거리가 있다. 아파트 상가에는 무인점포가 하나밖에 없어서 입주민 다수가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만 보면 A씨 부부가 이 점포에서 도둑질을 했다고 오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졸지에 아이스크림 도둑으로 몰린 A씨는 즉시 결제 내역을 확인했지만, 전부 이상 없이 결제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6월 9일 해당 무인점포에서 3400원을 결제한 내역이 있었고, 22일 또한 결제가 제대로 됐다. 22일 결제의 경우 전 과정을 동영상으로도 촬영을 해놨다”며 “너무 황당해서 가게 안에 적힌 업주 전화번호로 연락해 항의했다”고 말했다.
업주 B씨는 “정상 결제를 한 것이 사실이라면, 사진을 게시해 놓은 것은 자기 잘못”이라면서도 “주말이 지난 뒤 사실관계를 파악해보겠다”고 전했다.
이후 A씨가 정상적으로 결제를 했고, B씨가 착오로 인해 A씨 사진을 붙인 것으로 나타나자 업주 측은 A씨에게 보상금으로 3만4000원을 제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A씨는 “나는 보상을 받고자 주말 내내 B씨에게 (결제 내역 등에 대한) 확인 요청을 한 것이 아니었다”며 보상을 거부했다. 그는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한다는 내용을 담은 사과문을 나와 아내의 사진을 무단 게시한 일수에 해당하는 14일간 게시해달라고 B씨에게 요청했지만, 일주일 넘도록 사과문은 나오지 않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B씨는 “사진은 (미결제로 의심되는) 당사자를 찾기 위한 것이었으며, 얼굴 정면이 아닌 옆모습이 나온 사진이었다”고 해명했다.
A씨는 B씨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없을 경우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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