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바이오 성지’ 인천 송도에 합류한다. 롯데그룹은 바이오 사업 청사진을 제시하며 인천 송도 내 롯데바이오로직스 생산시설 구축에 본격 착수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3일 송도 바이오 캠퍼스 1공장 착공식에 참석해 “이곳에서 시작하는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여정은 롯데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이 될 뿐 아니라 한국 바이오산업의 중심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롯데는 바이오를 핵심 신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그룹 차원의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 제1공장(12만ℓ)은 세포주 개발부터 완제품 생산이 가능한 시설로 2027년 초 상업 생산이 목표다. 임상물질 생산을 위한 소규모 배양기와 완제의약품 시설도 추가될 예정이다. 1공장이 전면 가동되면 매출은 7000억원, 영업이익률은 30%에 이를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롯데는 2030년까지 약 4조6000억원을 들여 20만2285㎡ 부지에 생산공장 3기(총 36만ℓ)를 건립·운영할 예정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송도 캠퍼스를 통해 바이오의약품 제조 경쟁력을 갖추고 위탁개발생산(CDMO) 분야에서 글로벌 10대 기업에 오르겠다는 목표다. 이원직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전날 간담회에서 “최고의 기술력과 품질을 갖춘 바이오의약품을 개발하고 생산해 2030년 매출 1조500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송도 캠퍼스와 2022년 BMS에서 인수해 운영 중인 미국 시러큐스 공장의 시너지를 활용하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한다. 글로벌 규제기관의 검증을 마친 시러큐스 공장의 노하우를 송도 캠퍼스 건설·운영에 적용한다. 향후 대규모 항체 의약품 생산이 가능한 송도와 ADC 설비를 갖춘 시러큐스의 지리적 이점을 이용해 고객사에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시러큐스 공장에는 항체·약물접합체(ADC) 생산 설비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2025년 1분기 생산이 목표다. 경력 10년 이상의 바이오 전문 인력 460여명이 근무 중인 시러큐스와 송도 간 인적 교류도 추진할 계획이다.
롯데를 비롯해 삼성바이오로직스·에피스, 셀트리온, SK바이오사이언스 등 다수의 바이오 기업이 자리한 송도는 공항·항만 등 물류 인프라가 구축돼 원자재 수입과 제품 수출에 최적의 입지로 꼽힌다. 또 수도권과 가까워 대학·업계에서 고급 인재 확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국내 바이오 산업을 육성·지원하기 위해 송도를 비롯한 5곳을 바이오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했다.
현재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도 송도 내 대규모 연구개발·제조시설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신 회장은 “송도의 바이오 클러스터의 성공적인 조성과 한국이 세계 바이오 산업의 주도권을 선점하는데 이바지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착공식에는 신 회장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전무)도 참석했다. 차기 롯데그룹을 이끌 신 전무는 올해부터 롯데바이오 글로벌전략실장도 맡고 있다. 롯데그룹은 신사업으로 ‘바이오앤웰니스’, ‘모빌리티’, ‘지속가능성’, ‘뉴라이프 플랫폼’ 등 4대 분야를 육성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송도 캠퍼스 조성을 계기로 롯데 바이오 사업의 막이 오른 것”이라며 “롯데가 바이오 업계에선 후발주자지만 경쟁사를 제치고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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