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은 한국영화인총연합회(영총)가 올해도 대종상영화제를 정상 개최하겠다고 선언했다.
양윤호 영총 회장은 27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2월 개최를 목표로 제60회 대종상영화제를 준비 중”이라며 “60년 역사를 가진 영화제와 서울이라는 브랜드가 결합하면 세계적인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 영화인들이 존재하는 한 대종상영화제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은 파산 선고 이후 회생 절차를 밟고 있던 영총의 파산 가능성이 제기되고 올해 대종상영화제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우려가 나온 데 따라 마련된 자리다.
영총은 1992년부터 대종상영화제를 주최해 왔다. 대종상영화제는 국내 3대 영화상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이어왔지만 최근 수년 간 공정성 논란 등으로 권위가 실추돼 왔다. 영화제는 지난해 새로운 집행부를 꾸려 쇄신에 나섰고 지난해 대종상영화제도 무사히 치르며 정상화에 한 발 다가가는 듯했다. 하지만 전직 임원 A(87)씨가 파산 신청을 하면서 다시 잡음이 커졌다.
영총은 “A씨는 2011∼2021년 대종상이 파행과 불공정 심사 등으로 구설에 올랐던 기간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라며 “A씨가 10년간 3차례에 걸쳐 대종상영화제 행사위탁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영총으로부터 소개비를 받기로 했으나 지급하지 못해 채무가 됐다”고 설명했다. 영총이 A씨에게 지급해야 할 채무는 3억6000만원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산 선고 당시 영총은 A씨가 집행부의 뜻과는 관계 없이 단독으로 파산 신청을 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즉각 항고한 뒤 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양 회장은 “위탁업체를 구하면 소개비를 주는 일이 과거 용납됐다는 건 불행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하지만 영총이 젊어지고 변화하고 있으며 이제는 과거와 다른 상식을 가지고 있다”면서 “회생법원의 절차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다시 파산 결정이 나더라도 영화인들이 존재하는 한 대종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총은 “양 회장이 얼마 전 A씨를 만났을 때 A씨는 ‘양 회장이 사퇴하기 전에는 합의할 수 없다’고 했다. 파산 신청은 채무자가 채권자의 압박에서 벗어나고자 신청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 상황은 결코 통상적이라고 볼 수 없다”며 “A씨가 양 회장을 사퇴시킨 후 대종상영화제에 대한 권한을 되찾으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장호 대종상영화제 위원장은 “그간 영총을 이끈 사람들이 소위 연륜을 강조하며 행정적으로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영화계를 이끌어 왔고 그로 인해 조직이 썩었다는 생각을 해 왔다”며 “어떻게 하면 이 영화제를 사유화할 수 있을지 궁리하는 추악한 행태다. 대종상이 마치 장사나 거래할 수 있는 것처럼 돼버리면서 영화제의 권위와 신뢰가 사라져 가슴 아프고 두 눈 뜨고 볼 수 없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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