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아시아 정책이 “끔찍할 것”이라며 그 여파로 한국의 자체 핵무장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차 석좌는 26일(현지시간)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에 올린 ‘아시아 파트너들은 트럼프에 대해 충분히 염려하지 않고 있다’는 제목의 기고에서 “아시아 정책에 있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1기보다 한층 끔찍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1기 당시 트럼프의 극단적인 정책은 (공화당의) 노련한 관료들 덕분에 무뎌졌지만, 2기에는 이런 인물이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며 트럼프 정책을 미 의회 등이 통제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잘라 말했다.
차 석좌는 “한국을 포함해 일본, 호주 등 미국의 긴밀한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들은 트럼프 2기가 새로운 도전이라는 현실에 눈을 떠야 한다”며 “트럼프는 미국의 전통적 동맹을 파트너가 아닌 통상의 적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신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독재자들과 관계를 돈독히 하며 정상회담을 통해 국제적 주목을 받으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 석좌는 트럼프 재집권 시 한반도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한반도 확장억제 강화를 위해 취한 제도적 조치들도 모두 무위로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차 석좌는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한 타임지 인터뷰를 거론하며 “그는 동맹이 (비용) 전액을 부담하지 않는 한 거의 확실히 미군의 연합훈련을 중단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이는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회의같이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동맹 구조를 속 빈 강정으로 만드는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차 석좌는 또 “트럼프가 북한의 증대하는 도발에 ‘화염과 분노’로 위협할 것 같지 않다”며 “대신 미국의 제재 완화를 조건으로 핵실험을 중단하는 ‘핵 동결 협상’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은 제한된 핵분열 물질을 포기하거나 1세대 핵을 폐기하는 등 가시적이지만 중요하지 않은 제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이며, 트럼프는 손쉬운 승리를 사랑한다”며 “트럼프는 탄도미사일, 전술핵, 극초음속 미사일 등 김정은의 무기고는 손대지 않은 채 북핵 위협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차 석좌는 “트럼프는 이후 주한미군 철수를 단행할 수 있다”며 “그는 이미 1990년대 초반 ‘플레이보이’ 인터뷰에서부터 한국은 부유한 나라이며, 주한미군으로 이득을 보고 있다는 오랜 주장을 되풀이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시나리오는 거의 확실하게 한국의 자체 핵무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한국이 자체 핵 개발에 나선다면, 이는 중국과 북한에는 선제공격의 위험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미얀마를 비롯해 일본, 대만 등에 연쇄 반응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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