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최고기온 50도를 넘나드는 ‘살인 더위’에 치러진 이슬람 정기 성지순례(하지)의 사망자가 1300명을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2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SPA통신에 따르면 파하드 알잘라젤 보건부 장관은 이날 국영 TV에 출연해 하지 기간 온열질환으로 숨진 이가 총 1301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사망자 200여명의 약 6배가 넘는 수치다.
올해 성지순례 사망자 관련 공식 집계가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엿새간의 하지가 지난 19일 마무리된 지 5일 만이기도 하다. 알잘라젤 장관은 많은 사망자가 신분증을 소지하지 않은 탓에 신원 확인과 시신 처리에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알잘라젤 장관은 숨진 이들의 약 83%가 사우디 당국의 순례 허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들은 땡볕 아래 제대로 된 휴식처나 회복 없이 먼 거리를 도보로 이동했다. 사망자 중 다수는 노인 또는 만성 질환자였다”고 언급했다.
알잘라젤 장관은 순례객 중 열사병 등 증세를 보이는 이들에게 총 46만5000건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이 가운데 14만1000건은 순례 미허가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사우디에서는 지난 17일 메카 대사원 마스지드 알하람의 기온이 섭씨 51.8도까지 치솟는 등 하지를 전후로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매년 이슬람력 12월 7~12일 치러지는 하지는 무슬림이 반드시 행해야 할 5대 의무 중 하나이며 가장 성스러운 종교의식으로 꼽힌다. 재정 여건이 허락하는 한 일생 동안 한 번은 반드시 이슬람 발상지인 메카와 메디나를 찾아야 한다. 이슬람력의 1년은 그레고리력보다 10일 정도 짧아서 성지순례 기간이 매년 당겨지기 때문에 여름철과 겹치기도 한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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