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마을 주민들과 떠돌이개를 구조했어요” [개st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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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경기도 오산 고인돌 공원에서 구조된 유기견 스피츠 모습. 제보자 제공

“동네 공원에 스피츠 한 마리가 버려졌어요. 오래 떠돌이 생활을 했는지 다 해진 목걸이를 하고 있더라고요. 사람을 잔뜩 경계하면서도 두고 간 사료를 허겁지겁 먹는 모습이 얼마나 딱하던지….”
-경기도 오산 주민 이윤희씨

유기동물은 버려진 뒤에도 공원, 아파트 등 인간 곁을 맵돕니다. 평생 사료를 먹고 사람 손길에 길들여진 탓에 야생에서 생존할 능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유기견은 오랜 떠돌이 생활로 들개가 되더라도 결국 사람에게 먹이를 구걸하며 살아갑니다. 자신을 버린 인간에게 다시 의지해야 하는 슬픈 처지인 거죠.

경기도 오산의 고인돌공원을 떠돌던 2살 스피츠 ‘고인돌’도 그랬습니다. 지난봄, 공원에 나타난 녀석은 행인들을 기웃거리며 밥 동냥을 하고 다녔고, 주민들이 번갈아 사료를 챙겨줬습니다. 다들 안타까워 했지만 구조할 엄두는 내지 못했습니다. 구조를 결정하는 순간, 포획부터 치료, 돌봄, 입양까지 감당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상황을 바꾼 건 제보자인 동네 주민 이윤희씨였습니다. 윤희씨는 스피츠를 구조해 새 견생을 열어주기로 결심하고 행동에 나섰습니다. 구조 이후를 감당하기로 약속하고 주민들을 모았습니다. 윤희씨는 “20명 넘는 주민이 한마음으로 구조와 모금에 동참했다”며 “이제는 개st하우스를 통해 평생 가족을 찾아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산책길에 나타난 유기견 스피츠

고인돌공원 인근 아파트에 사는 윤희씨는 지난 3월 중순, 반려견과 산책하던 중 공원을 떠도는 작은 스피츠와 마주칩니다. 하얀 털이 누렇게 물든 꾀죄죄한 몰골. 끊어질 듯 해진 목걸이를 한 것으로 보아 제법 오랫동안 떠돈 유기견 같았습니다.

갖고 있는 간식을 던져주자 녀석은 허겁지겁 주워 먹었습니다. 그렇게 윤희씨와 녀석의 산책길 인연이 시작됐습니다. 그 뒤로 산책에 나설 때마다 윤희씨는 스피츠를 마주쳤어요. 스피츠는 2~3m 간격을 유지하면서 윤희씨를 조심스레 따라다녔죠. 경계심을 늦추지 않으면서도 먹을 것을 구걸하는 유기견 특유의 행동이었습니다.

주민들이 포착한 유기견 시절 스피츠의 모습들. 제보자 제공

윤희씨는 그런 떠돌이개가 안쓰러웠습니다. 스피츠 얘기를 중고거래앱에 올리자 곧바로 댓글 50여개가 달렸습니다. ‘산책길에 우리집 강아지를 자주 따라오는 녀석’ ‘추운 날 떠도는 게 불쌍해서 매일 사료를 챙겨준다’ 같은 내용이었어요. 이미 녀석의 존재를 알고 도움을 주는 주민이 많았던 겁니다.

하지만 돌봐주는 사람이 많아도 유기동물의 삶은 안전하지 않습니다. 방치하면 로드킬을 당하거나 동물학대범의 표적이 되기도 합니다. 게다가 유기견에게는 반갑지 않은 계절, 봄이 오고 있었습니다. 날이 따뜻해지면 치명적인 심장사상충을 감염시키는 모기가 거리를 떠도는 유기견을 위협할 겁니다.

‘너 이제 살았어!’ 극적인 구조

다들 걱정만 하던 그 때, 윤희씨가 나섰습니다. 구조 이후 유기견을 돌볼 임시보호처를 마련하고, 구조에 필요한 봉사자와 100만원이 넘는 후원금까지 모았습니다.

하지만 구조는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쳤습니다. 포획을 해줄 곳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연락한 동물단체들은 구조 여력이 없었고, 시보호소의 경우에는 안락사 걱정 때문에 아예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습니다. 마취총 포획도 고려해봤지만 마취약이 독해서 치사율이 너무 높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주민들은 간식에 수면제를 섞어보기도 했어요. 하지만 잔뜩 경계심이 오른 녀석은 잠들지 않았습니다. 몇차례의 실패 끝에 결국 윤희씨와 주민들은 소방서에서 포획망을 빌려 떠돌이 스피츠를 직접 잡기로 합니다.

지난 4월 6일 오전, 주민 20명이 공원에 모였습니다. 공원 곳곳에는 수백m 간격으로 반려견 10여 마리가 배치됐습니다. 성격 좋은 녀석이 다른 개들에게 인사하는 틈에 포획망으로 잡는다는 계획이었죠. 1시간을 기다린 끝에 떠돌이 스피츠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예상대로 녀석은 배치된 개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어요. 바로 그 때 포획망이 녀석을 잡았습니다. 갇힌 녀석은 눈을 동그랗게 떴지만 순순히 이동장으로 걸어 들어갔죠. 구조 성공입니다. 그 와중에 참 순하기도 합니다.

주민과 소방의 협조로 무사히 구조된 스피츠 모습. 제보자 제공

윤희씨는 구조 장소인 고인돌공원을 따서 녀석에게 ‘고인돌’이라는 이름을 붙여줬습니다. 성이 고, 이름이 인돌입니다. 다행히 건강검진 결과, 인돌이는 매우 건강했습니다. 겨울에 유기된 덕에 진드기나 기생충 감염을 피한 거죠. 불행 중 다행입니다. 누더기 털을 밀어내자 인돌이는 여우처럼 우아한 스피츠로 거듭났습니다. 이후 인돌이는 행동전문가에게 2주간 실내 적응 교육을 마쳤고, 3개월째 윤희씨 부모님 집에서 임시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구조의 마침표는 입양, 인돌이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우여곡절이 가득한 봄을 지나 여름을 맞이한 인돌이는 어떤 모습일까요. 지난 16일 개st하우스는 인돌이가 지내는 경기도 안산의 임시보호처를 방문했습니다. 이날 현장에는 입양적합도를 평가하기 위해 14년차 행동전문가 미애쌤이 동행했습니다.

인돌이는 조심성이 많은 견공이었어요. 낯선 취재진을 보고 경계하며 잠시 짖더군요. 하지만 간식을 건네자 금세 진정하고 조심스레 다가왔습니다. 특히 3개월간 돌봐준 윤희씨 어머니와는 강한 애착을 보였습니다. 윤희씨는 “주 보호자 외 낯선 사람이 3m 거리에 다가오면 경계성 짖음 증상을 보이는데 이것을 누그러뜨리고 싶다”며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실내 잔짖음을 줄이려면 경계심을 완화해야 한다. 외부인이 다가와도 긴장하지 않고 보호자와 소통하는 교육 모습. 전병준 기자

미애쌤은 경계심을 낮추는 사회화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낯선 사람이 다가오는 와중에도 주보호자와 눈을 마주치고 얌전히 앉으면 간식으로 보상하는 교육입니다. 이를 반복하면 인돌이가 허용하는 접근 거리를 3m에서 조금씩 좁힐 수 있습니다. 이를 30분간 반복하자 낯선 취재진이 곁에 앉아도 인돌이는 침착하게 엎드려 휴식했습니다. 미애쌤은 “공동주택에서의 짖음 문제는 이 교육을 활용하면 대부분 바로잡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온 마을주민이 힘을 모아 구조한 2살 스피츠, 고인돌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관심있는 분은 기사 하단의 입양신청서를 작성해주세요.


■온 마을이 함께 구조한 유기견 스피츠, 고인돌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2살 추정, 6㎏
-스피츠 수컷 (중성화) 예방접종 5차 완료
-조용하고 영리함, 방문객은 경계하나 가족을 잘 따름
-실외배변, 줄당김 없이 산책 잘함

■아래 입양신청서를 작성해주세요
-https://zrr.kr/k1nA

■고인돌은 개st하우스에 출연한 132번째 견공입니다 (101마리 입양 완료)
-입양자에게는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 로얄캐닌이 동물의 나이, 크기, 생활습관에 맞는 ‘영양 맞춤사료’ 1년치(12포)를 후원합니다.



이성훈 기자 전병준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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