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혼 소송 중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미술관을 상대로 “SK 빌딩에서 나가달라”며 낸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6단독 이재은 부장판사는 21일 SK이노베이션이 아트센터 나비를 상대로 낸 부동산 인도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부동산을 인도하고 10억4000여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SK이노베이션과 아트센터 나비가 체결한 전대차계약에 따라서 적법하게 계약을 해지했으므로 아트센터 나비는 부동산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며 “해지 이후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노 관장 측 법률대리인 이상원 변호사는 선고 후 기자들에게 “25년 전에 최 회장이 요청해서 미술관을 이전한 건데 저희로서는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렇게 더운 무더위에 어디로 갈 데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어서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항소 여부는 생각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SK이노베이션 측은 “아트센터 나비가 지난 수년간 미술관 고유의 전시활동이 별로 없었던 저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아트센터 나비는 이미 다른 곳에 전시공간을 가지고 있고 120억원 상당 현금성 자산 여유도 있어 이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아트센터 나비는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4층에 있는 미술관으로 노 관장이 운영하고 있다. 노 관장 시어머니이자 최 회장의 모친이 운영하던 워커힐미술관의 후신이다. SK서린빌딩은 SK계열사들이 입주해 있어 사실상 본사와 같은 역할을 한다. SK이노베이션 측은 SK와 아트센터 나비의 입주 계약이 2019년 9월 만료됐다며 퇴거를 요구했다.
아트센터 나비 퇴거 소송은 두 사람 이혼소송 항소심 과정에서 언급되기도 했다. 최 회장과 노 관장 이혼소송 항소심을 심리한 서울고법 가사2부(재판장 김시철)는 지난달 30일 판결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과 혼인관계가 해소되지 않았는데도 (노 관장의) 아트센터 나비 관장 지위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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