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년 만에 日서 돌아왔던 신윤복 그림 사라져… 4년 만에 도난신고한 이유

입력 : 2024-06-17 15:18/수정 : 2024-06-17 17:27
‘조선국혜원사(朝鮮國蕙園寫, 조선국 혜원이 그리다)’
신윤복이 제걀량의 '칠종칠금' 고사를 그린 '고사인물도'. 국가유산청 제공

제갈량이 앉은 우측상단의 제발(글씨) 끝에 ‘미인도’로 유명한 조선 후기 풍속화가 혜원(蕙園) 신윤복(申潤福·1758∼)이 그렸다고 쓴 묵서가 선명하다. 지난 2008년 약 197년 만에 일본에서 환수해 주목 받았던 신윤복의 이 ‘고사인물도’(119,5×43㎝)가 사라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당국이 확인에 나섰다.
‘조선국혜원사(朝鮮國蕙園寫, 조선국 혜원이 그리다)’라고 적힌 묵서.

국가유산청은 이 그림의 도난 사실을 종로구청에서 최근 신고해옴에 따라 지난 11일자로 홈페이지를 통해 ‘도난 국가유산’으로 공개했다고 17일 밝혔다. 이 고사인물도는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 소재한 (사) 후암미래연구소의 설립자이자 초대 대표 차길진씨가 2008년 일본에서 구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2009년 국내 케이옥션 경매에 나와 유찰된 적이 있고, 2010년 숙명여대박물관 전시에 이어 2015년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그림으로 본 조선통신사’ 전시에도 나왔다.

그림은 제갈량이 남만국의 왕 맹획을 7번 잡았다 놓아주고는 심복을 만들었다는 ‘칠종칠금(七縱七擒)’의 고사를 소재로 했다. 순조 때인 1811년 조선이 마지막 조선통신사를 일본에 파견할 때 외교 선물로 준 그림으로 알려져 있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전시 당시 “신윤복의 외가 친척으로 조선통신사 사자관(寫字官)이었던 피종정(皮宗鼎)이 신윤복에게 부탁해서 그리게 한 뒤 일본으로 가져간 간 것으로 보인다”며 “조선통신사를 통해 (두 나라를) 오고 간 대표적인 회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케이옥션 측은 경매 당시 “비단에 그린 신윤복 그림으로는 대작에 속하는 작품이다. 섬세한 인물과 교자상의 표현과 함께 화사한 채색으로 전래 실경 풍속화의 기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고 썼다. 현재 (국보나 보물이 아닌) 비지정국가유산이다. 신윤복 전문가인 백인산 대구간송미술관 개관준비단장은 “신윤복은 풍속화로 유명한 만큼 고사인물도는 극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도난 시점은 무려 4년 전이다. 소장자인 차 대표가 2019년 12월 별세함에 따라 유족이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오동나무 상자에 말아서 보관해뒀던 이 서화가 없어진 걸 확인한 것이다. 직후 유족은 내부자 소행으로 여기고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으나 물증이 없어 곧 고소를 취하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이 속만 끓이던 이 사안은 최근 국가유산청 출범을 계기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다. 국가유산청의 권유로 유족이 관할 종로구청을 거쳐 국가유산청에 도난 신고서를 접수한 것이다. 국가유산청 김흥년 사범단속팀장은 “전국 경찰과 고미술 거래상, 공항과 항만 등에 도난 사실을 고지하는 등 불법 유통을 차단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손영옥 미술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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