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씨가 공범으로 기소된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와 함께 “가짜 거래를 생성할 수 있다”며 투자자들을 속이려 한 정황이 담긴 대화 내용이 법원에 제출됐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공준혁)는 지난 10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신씨의 1심 재판부인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4부(부장판사 장성훈)에 냈다.
의견서에는 2019년 5월 권씨와 신씨가 간편결제 애플리케이션 ‘차이’(Chai)를 두고 나눈 메신저 대화 내용이 담겼다.
권씨는 신씨에게 영어로 “차이가 성장하면 (가짜 거래를) 줄이면 된다”며 “내가 식별 못하게 만들 테니까”라고 말했다. 그러자 신씨는 “소규모로 시험해보고 어떻게 되는지 보자”라고 대꾸했다.
검찰은 이 대화를 권씨와 신씨가 사업 초기부터 고의로 테라 관련 거래를 조작, 투자자를 속이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본다. 허위 거래로 거래량을 부풀려 투자자들을 유치해 사업을 확장하려 했다는 것이다.
반면 신씨 등은 법정에서 사기성을 부인하며 테라·루나 폭락의 원인이 권씨의 무리한 운영과 외부 공격 탓이라며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
신씨의 법률대리인은 입장문을 내 “권씨의 발언이 부적절하기는 했으나 농담조로 지나가듯이 발언한 것에 불과했다”면서 “실제 이에 따라 ‘가짜 거래’가 발생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또한 “신씨는 ‘검증인’에게 충분한 보상을 제공하기 위한 정당한 목적을 가지고 있음에도 거래를 비밀로 한다는 것에 우려를 표했고, 권씨는 결국 모든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검증인에게 보상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 대화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 4월 권씨의 사기 행위를 인정한 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 민사소송 배심원단에도 제출됐다.
권씨는 테라·루나 폭락 직전인 2022년 4월 한국을 떠나 도피하다 지난해 3월 몬테네그로에서 여권 위조 혐의로 체포된 뒤 계속 현지에서 구금돼 있다.
현재 한국과 미국은 권씨의 신병 확보를 두고 줄다리기하고 있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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