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세에도 생명 나눴다… 美 한국전 참전용사 장기기증

2차 대전, 한국전 참전 용사
사고로 머리 다쳐 72세 여성에게 간 기증
미국 최고령 장기기증자 돼

입력 : 2024-06-13 10:26/수정 : 2024-06-13 11:18
지난달 98세 일기로 세상을 떠나면서 간을 기증해 미국 최고령 장기기증자가 된 한국전 참전 용사 앨런 오빌(왼쪽)이 생전에 증손자를 안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딸 린다 미첼 제공

98세 미국 남성이 생애 마지막 순간 장기기증으로 새 생명을 나누고 떠나면서 미국 최고령 장기기증자가 됐다. 그는 한국전 참전 용사이자 교육자로 봉사하는 삶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12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미국 미주리주의 한 병원에서 향년 98세로 세상을 떠난 오빌 앨런이 간을 기증했다.

미주리주 남동부의 소도시 포플러 블러프에 살던 앨런은 지난달 27일 폭풍이 지나간 뒤 집 주변을 치우다가 넘어져 머리를 크게 부딪혔다. 그는 인근 도시의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뇌부종이 심해 더는 손쓸 수 없는 상태였다.

장기기증 의사를 먼저 물어본 건 병원 직원이었다. 가족들은 놀랐지만 이내 앨런이 고령이지만 이식하기에 문제가 없는 상태라는 의사의 설명을 듣고 가족들은 흔쾌히 장기기증을 승낙했다. 언제나 다른 이들을 먼저 챙기고, 어려운 이웃을 도우러 나섰던 앨런의 성격을 고려할 때 장기기증을 망설일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앨런의 간은 72세 여성에게 성공적으로 이식됐다. 장기기증 단체에 따르면 앨런은 미국에서 장기를 기증한 최고령자다. 이전까지 2021년 95세로 사망하면서 간을 기증한 세실 록하트가 최고령 장기기증자였다.

앨런은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참전 용사였다. 2차대전 때는 육군항공대에서 조종사로 활약했고 한국전 때는 제1기병사단(1st Cavalry Division)에서 복무했다. 전쟁이 끝나고 미 육군예비군(US Army Reserve)에 27년간 몸담은 뒤 중령으로 전역했다.

교육자이자 농부이기도 했다. 앨런은 약 40년간 고교에서 농업을 가르치며 농사를 지었다.

유족들은 평생 나라와 이웃을 위하는 삶을 살았던 앨런이 마지막 순간 또 하나의 선물을 주고 떠났다고 했다. 딸 린다 미첼은 “아버지가 평생 해온 일을 한 것이었고 그 덕에 아버지를 잃은 슬픔이 작은 한줄기 기쁨의 빛으로 바뀌었다. 아버지는 한 가지 선물을 더 주신 것”이라고 말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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