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히브리인들은 긴 갈대에 눈금을 새겨 자로 사용하였다. 이 자를 히브리어로 ‘카네’(qaneh)라했고 이 단어는 그리스어 ‘카논’(Kanon)을 거쳐 라틴어 ‘캐논’(canon)이 되었다.
기준 또는 표준이라는 뜻의 캐논은 영어로 전해지며 ‘교회의 법’이라는 의미를 더하게 되었고 오늘날 우리가 성경이라 부르는 66권의 정경을 가리키는 단어로 통용되고 있다.
교회전문로펌의 변호사로 일하다 보니 교회 관련 자문과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 교회운영 자문보다 교회분쟁 사건의 문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교회법적 관점에서 교회분쟁은 단순한 교인들 간의 갈등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를 분열시키는 행위이며,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시위 및 폭력 사태 등으로 이웃과 지역사회에 교회의 머리이신 그리스도를 모욕하는 행위로까지 이어진다.
일단 교회분쟁이 발생하면 교회의 본질적 기능인 온전한 예배와 성도의 교제가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분쟁이 해결되기까지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는 등 심각한 피해를 야기한다.
이러한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고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회분쟁에도 캐논이 필요하다.
먼저 교회분쟁의 기준은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토대로 기독교적 세계관 안에서 정립되어야 하며 개별 교회의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
나아가 최근 교회분쟁은 교회법에 따른 교회 내부 절차에만 머물지 않고 사회법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므로, 교회분쟁의 기준은 교회법과 사회법 모두에서 인정되는 것이어야 한다.
교회법과 사회법 모두에서 교회분쟁의 기준으로 인정되는 것은 총회헌법과 교회정관이 있다.
총회헌법은 포괄적·선언적 규정으로 그 적용과 해석이 다양하며 개별 교회의 특성을 반영할 수 없어 교회분쟁의 실질적 기준으로 기능하기에는 부적합한 경우가 많다.
교회정관 또한 대부분의 교회가 ‘분쟁은 기도로 해결해야 한다’ ‘총회헌법이 있으니 정관은 불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로 유관기관 제출 서류용으로 급조해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개별 교회가 가진 역사와 정서에 따라 총회헌법과 교회정관이 충돌하는 문제도 빈번히 발생한다.
이러한 경우 교회법에서는 총회헌법이 교회정관보다 상위법이지만, 사회법에서는 교회정관의 법적 성질을 자치법규로 보아 교회정관을 총회헌법 보다 우선시하고 있다.
따라서 성경적 가치 아래 개별 교회의 특성과 사회법에 맞는 정관을 마련하는 것이 교회분쟁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사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법원은 교회분쟁에 개입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해왔다. 그러나 한국교회가 교회분쟁의 기준을 정립하지 못해 교회 내부에서 분쟁을 해결할 수 없게 되자 2006년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을 시작으로 교회분쟁에 적극 개입하기 시작했다.
이로부터 2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음에도 한국교회는 여전히 교회분쟁의 기준을 정립하지 못한 채 대부분의 분쟁을 법원으로 가져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문제되고 있는 차별금지법·동성애 인정 및 수술 없는 성별 정정 인정 등 인권을 표방한 법원의 판단에 교회의 질서와 성경적 가치가 훼손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이미 교회 현장에서 동성애 찬반을 놓고 여러 분쟁이 빈발하고 있으며 이대로라면 교회가 다음 세대에 세상의 차별이 아닌 성경의 분별을 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금이라도 교회정관이 이런 내용을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합법적으로 규정해 분쟁을 예방하고 나아가 종교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 아래 교회의 자율적 영역을 인정받아야 할 것이다.
암이 걸린 후 수술이 잘되기를 바라기보다는 사전에 암을 예방하고 조기에 진단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더 지혜로운 일이다.
이제는 교회 현장에서 성경에 기초한 실효적 정관을 마련해 교회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고 조기에 해결할 수 있는 캐논을 정립해야만 한다.
김형민 법률사무소 민하 대표변호사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은 국민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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