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 날 욱일기를 내걸어 비난 여론이 일었던 부산의 한 아파트 주민이 욱일기를 슬그머니 내렸다.
7일 부산 수영구청과 해당 아파트 주민들에 따르면 아파트 창문 밖에 내걸렸던 2개의 욱일기는 전날 밤늦게 철거됐고, 욱일기 사이에 걸려 있던 ‘민관합동 사기극’이란 문구가 적힌 현수막만 붙어 있다.
현충일인 전날 이 주민이 창밖으로 욱일기를 내건 사실이 언론 기사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퍼지면서 해당 주민을 향해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다.
경찰과 지자체까지 나서 욱일기 철거를 위해 해당 집을 찾아갔으나 집 앞에는 ‘여행 가서 아무도 없다’는 내용의 종이만 붙어 있고 아무런 응답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주민의 행동에 네티즌의 공분과 함께 신상 털기도 잇따라 해당 아파트 주민의 이름은 물론이고, 아파트 이름과 호실, 의사인 직업까지 공개가 됐다.
이 과정에서 동명이인인 의사로 처음에 소문이 잘못 퍼지면서 해당 의사가 근무하는 병원의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소동이 일기도 했다.
동명이인으로 피해를 본 의사의 지인은 SNS에 “제 지인이 이름과 직업까지 같아 당사자로 오해받고 신상이 털리고 있다”며 “부산 욱일기 마녀 사냥을 멈춰주세요”라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해당 주민의 현관 앞도 오물과 비난 글로 뒤덮였다. 현관에는 음식물로 추정되는 오물이 묻어있고, ‘나잇값도 못 한다’ ‘토착외구’ 등이 써진 글이 현관에 도배가 된 사진도 공개됐다.
욱일기를 내건 주민은 지방자치단체와 법적 갈등으로 이 같은 일을 했다고 주장하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제헌절, 광복절에도 욱일기를 게양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지방자치단체는 옥외물광고법 위반 여부를 검토 하는 한편 이 주민이 주장하는 내용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부산의 한 시민은 “지자체와 갈등이 있더라도 이런 방식의 표현은 시민 동의를 얻기 어렵다”며 “현충일에 전범기를 건 것은 도가 지나친 행위다”고 비난했다.
부산=강민한 기자 kmh0105@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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