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서열 11위와 13위인 신세계그룹과 CJ그룹이 손을 잡았다. 물류·유통·미디어 전방위에 걸친 사업 제휴를 약속했다. 본업 경쟁력을 강화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며 시너지를 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CJ그룹과 신세계그룹은 5일 서울 중구 CJ인재원에서 ‘CJ-신세계 사업제휴 합의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두 그룹사의 협력을 약속하는 자리인 만큼 수뇌부가 총출동했다. CJ그룹에서는 김홍기 지주사 대표·신영수 CJ대한통운 대표·허민회 CJ CGV 대표가, 신세계그룹에선 임영록 경영전략실장·한채양 이마트 대표·위수연 신세계프라퍼티 콘텐츠본부장이 참석했다.
이번 MOU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물류 협업’이다. 골자는 일단 G마켓의 택배를 CJ대한통운으로 일원화한다는 데 있다. G마켓은 물류 부문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CJ대한통운은 탄탄한 물량을 확보해 시장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G마켓에는 익일 배송을 보장하는 CJ대한통운의 ‘오네(O-NE)' 서비스를 도입한다. 구체적인 방안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SSG닷컴은 쓱배송, 새벽배송, 물류 운영 등을 상당 부분 대한통운에 맡길 것으로 보인다. 김포 네오센터 2곳, 오포 첨단물류센터 운영을 대한통운에 이관하는 방안도 협의 중이다. 최종적으로는 매각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유통 시장은 쿠팡의 질주와 알리·테무 등 중국 기업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지각 변동을 겪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두 그룹사의 협업은 격변하는 유통환경에 대한 효율적인 대응책 마련으로도 볼 수 있다.
신세계그룹은 이커머스 분야에서 물류 비용을 절감해 시장 대응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 CJ올리브영 등 주요 계열사가 쿠팡과 각을 세우는 CJ그룹은 신세계와 손잡으며 ‘반(反) 쿠팡 동맹’을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물류업계 1위 CJ대한통운은 쿠팡과 팽팽히 맞서며 물류 경쟁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에 따르면 대한통운의 점유율은 45%내외에 그쳤다. 물류센터 면적 1위까지 쿠팡에 뺏기면서 압도적 입지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SSG닷컴과 G마켓의 실적은 부진한 상황이다. 신세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SSG닷컴의 매출액은 41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9억원이 줄었다. G마켓 매출액은 2552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79억원 감소했다. SSG닷컴은 영업손실 139억원, G마켓은 85억원의 적자를 냈다.
유통업계는 두 그룹사의 협업이 어떤 시너지를 내고 시장에 변화를 줄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이 SSG닷컴을 통해 자가 물류를 시도했으나 물류 사업이라는 게 적당한 투자만으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통운의 경우 네이버, 알리 등에 이어 신세계그룹 이커머스 사업 부문까지 물량을 수급받아 시장 지배력을 높이게 된 셈”이라며 “쿠팡을 견제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본격적인 시너지가 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신세계는 물류 일원화로 효율성을, 대한통운은 쿠팡으로 빠진 물량을 추가 확보하는 셈”이라며 “윈윈전략이지만 업계 판도를 뒤흔들 정도의 시너지 가 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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