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가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유통한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엘살바도르와 논의를 시작했다고 암호화폐 전문 매체 코인텔레그래프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 체제에서 고강도 경제 개혁을 진행 중인 아르헨티나에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하는 시도가 추진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증권위원회(CNV)는 성명을 내고 “엘살바도르 디지털자산위원회(CNAD)와 지난 23일 회의에서 암호화폐 채택·규제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CNA의 로베르토 실바 위원장과 패트리샤 보에도 부위원장, CNAD의 후안 카를로스 레이예스 위원장이 회의에 참석했다.
엘살바도르는 2021년 9월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한 세계 최초의 국가다. 엘살바도르에서 현재 유통되는 통화는 미국 달러화와 비트코인뿐이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비트코인을 정부 예산으로 매입하는가 하면 암호화폐 채권을 발행하거나 채굴·유통 도시를 건설하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그야말로 비트코인에 국운을 건 셈이다.
비트코인 가치의 강한 변동성은 엘살바도르 물가의 급변, 정부 예산 손실을 불러왔다. 비트코인은 엘살바도르에서 법정 통화로 채택될 당시 4만4000달러 선에 거래됐고, 이로부터 2개월 뒤인 2021년 11월 6만8000달러를 찍고 사상 최고가에 도달했다. 당시 한국에선 8200만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고물가와 강달러가 발생하면서 암호화폐 시장에도 냉각기가 찾아왔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를 포함한 각국 중앙은행이 고금리 정책을 시행하면서 유동성을 회수하자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 가치는 급락했다.
암호화폐 시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다시 상승장으로 전환됐다. 부켈레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4일 엘살바도르 정부의 비트코인 투자에서 흑자 전환을 선언했다. 당시 엑스(옛 트위터)에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투자는 흑자가 됐다. 투자금을 100% 회수할 수 있고, 수익도 냈다”고 적었다.
암호화폐 가치 곡선의 변동성에 그대로 올라탄 엘살바도르의 실험은 아르헨티나처럼 오랜 인플레이션에 시달려온 국가들의 관심을 받았다. CNV와 CNAD의 논의가 암호화폐 시장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밀레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집권 전까지 자국 통화를 현행 페소화에서 미 달러화로 변경하고, 중앙은행 폐쇄 같은 과격한 공약으로 지지를 받았다. 집권하고 반년도 되지 않은 이날 ‘오른팔’ 같은 니콜라스 포세 수석장관을 경질할 만큼 밀레이 대통령의 고강도 개혁은 계속되고 있다.
실바 위원장은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한 뒤 ‘글로벌 리더’로 떠올랐다. 암호화폐 산업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뒀다”며 “우리는 엘살바도르와 관계를 강화하길 원하며 잠재적 협력을 위한 협정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205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