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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여성, 일할수록 아이 덜 낳는다…가사·육아 부담 남성의 5배

입력 : 2024-05-27 17:24/수정 : 2024-05-27 17:30
국민일보 DB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이 출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국내외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왔다.

남성보다 여성의 육아 부담이 더 큰 상황에서 일하는 여성일수록 출산을 포기하거나 미루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27일 통계개발원이 지난달 발간한 ‘경제 사회적 요인에 따른 출산 격차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이 취업하거나 맞벌이인 가구는 그렇지 않은 가구보다 상대적으로 자녀 수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최근 20년간(2003∼2023년)의 가계동향조사를 이용해 25∼44세 배우자가 있는 가구의 소득과 경제활동 상태 등 요인과 출산 간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기준 맞벌이 가구의 자녀 수는 1.36명으로, 비맞벌이 가구(1.46명)보다 적었다.

특히 소득 상위 20%인 5분위에서 비맞벌이(1.75명)와 맞벌이(1.43명) 가구 간 자녀 수 차이가 0.32명으로 가장 컸다.

반대로 소득 하위 40% 이하인 1∼2분위에서는 맞벌이 가구의 자녀가 소폭 많았다.

여성의 경제활동 여부별로 살펴보면 여성 취업 가구의 자녀 수는 1.34명으로 여성 비취업 가구(1.48명)보다 0.14명 적었다. 소득 5분위에서는 그 차이가 0.34명까지 벌어졌다.

자료를 토대로 회귀 분석한 결과 지난해 여성 소득의 계수는 -0.04로 자녀 수와 부(-)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여성 소득이 100% 증가할 때 자녀 수는 약 4% 감소한다는 의미다. 반면 남성 소득은 자녀 수와 양(+)의 상관관계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제도적으로 보장된 여러 출산 지원 정책이 일부 공공기관, 대기업 중심으로 진행되고, 중소기업 단위에서는 그 실효성을 보장하기 힘들다는 여러 지적이 있다”며 “이에 대한 사회적 정책적 대책이 시급히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 21일 한국과 일본을 조사 대상으로 한 보고서에서 “여성이 결혼과 출산 후 승진 지연, 가사 분담 문제를 겪는 현실에 만혼(晩婚)과 늦은 출산이 흔해졌고 결과적으로 두 국가의 출산율 하락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과 일본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5배 더 많은 무급 가사·돌봄을 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양국의 사회 규범이 여성에게 부담을 집중하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또한 ‘노동시장 이중구조’ 탓에 많은 여성 근로자가 저임금의 임시직·시간제로 일하고 있고, 장시간 근로와 원격근무 제한 등 가족 친화적이지 않은 근무 방식에 익숙하다고 지적했다.

IMF는 “한국의 남녀 근무 시간 격차를 2035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으로 줄이면 1인당 GDP를 18% 늘릴 수 있다”며 직장 내 성별 격차를 좁히고 문화 규범을 변화시키는 것이 출산율 감소 역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의 고용 및 경력 성장 지원, 보육시설 확충 및 남성의 육아 참여도 제고, 원격근무와 유연한 근무 시간 확대 등도 제시했다.

한편 한국 여성들의 ‘출산·육아쏠림’ 현상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여성 대비 남성 육아·가사노동시간 비율’은 23%에 그친다. 이는 일본(18%)과 튀르키예(22%) 다음으로 육아·가사 참여율이 낮다. OECD 평균은 52%다.

최다희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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