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두고 중국 정부와 거래하는 중국 IT기업이 X(엑스·옛 트위터) 계정을 탈취해 여론 공작에 활용하는 시스템을 개발한 혐의가 있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다. 중국이 서방의 SNS를 활용해 여론 공작을 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요미우리신문은 12일 해당 시스템을 소개하는 영업용 자료로 보이는 문서가 인터넷에 유출됐고, 해당 문서를 일본 정보기관이 입수해 분석 중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정보기관은 해당 문서가 기업의 실제 문서라고 보고 중국의 대외 여론공작과 관련된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조사 중이다.
신문에 따르면 이번에 문서가 유출된 기업은 상하이에 거점을 둔 ‘안순정보기술유한공사’로, 유출된 문서는 약 20페이지 정도다. 지난 2월 중순 같은 회사의 내부 자료로 보이는 약 580개 파일과 함께 IT 기술자들이 인터넷에서 정보를 공유하는 오픈 서비스(깃허브)에 공개됐다.
이 문건 표지에는 중국어로 ‘트위터 여론 유도 통제 시스템 제품 소개 자료’라는 제목과 2022년 제1판이라고 쓰여 있다. 해당 시스템의 목적은 중국 국외 여론 감시와 공작을 펼치는 것으로 돼있다. 또 앞부분에는 ‘마음에 들지 않는 반동적인 여론을 감시해 알아내는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시스템을 구성했다’ ‘사회 안정을 위해선, 공안기관이 여론을 통제하는 것이 매우 중요’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문서에 의하면 해당 시스템을 이용해 다른 사람의 엑스 계정에 부정한 방법으로 인터넷 주소(URL)를 보내서 클릭하게 하는 방법으로 계정을 탈취할 수 있다. 그로 인해 외부에선 열람 불가능한 다이렉트 메시지를 몰래 보거나 중국 당국의 뜻대로 의견을 마음대로 게시할 수 있게 된다.
현재는 폐쇄된 회사 홈페이지에 의하면 해당 회사는 2010년 설립돼 베이징, 쓰촨, 장쑤, 저장성에 거점이 있다. 스파이 적발 등을 담당하는 국가안전성에 IT 제품을 납품하는 업자로 선정되는 등 국가 치안유지를 담당하는 공안성 및 지방 경찰 공안 당국 등과도 파트너라고 소개하고 있다. 각 기관에서 보낸 감사장도 게재돼있다고 한다.
요미우리신문은 해당 회사에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을 얻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해당 회사를 2020년부터 주시해온 대만 사이버 보안 기업 ‘Team T5’ 관계자는 자료에 담긴 공작 수법 등을 볼 때 “실제로 해당 회사에서 유출된 문서라고 확신한다”고 신문에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중국이 여론공작을 위해 서방 각국의 SNS를 이용하는 의지와 능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최초 증거다”라고 설명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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