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가 하는 모든 사역은 교인들의 봉사로부터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들어 적지 않은 교회가 봉사자 부족으로 말 못 할 고민에 빠졌다. 코로나19 이후 남·여선교회를 비롯해 교회 내 각종 소그룹 활동이 한층 더 위축하면서 봉사자가 덩달아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전과 비교해 봉사자 절반이 줄었다는 말도 나올 정도다.
이뿐 아니다. 권사와 안수집사, 장로 등 교회를 이끌어 갈 평신도 리더십을 맡지 않으려는 경향도 뚜렷하다.
‘봉사자 중심 교회’가 교인들의 자발적 참여를 적극적으로 끌어내지 못하면 결국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식물 교회’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서울 종로구에서 목회하는 A목사는 8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봉사자가 많은 교회도 분명 있지만 대부분 교회는 그렇지 못하다”면서 “우리교회도 남·여선교회 회장은 물론이고 특히 구역장을 맡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교회를 좀 편하게 다니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정이 이러니 봉사하던 분들만 계속하다 결국 지치고 만다”고 했다.
실제로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지난해 6월 만 19세 이상 개신교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개신교인의 교회 봉사 실태와 인식’ 조사에서 10명 중 4명(43%)이 ‘과거에는 봉사했지만 지금은 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1년 사이에 봉사 중 ‘번아웃’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도 29%에 달했다.

30~50대까지 교회의 허리 세대가 권사와 안수집사, 장로 등 중직을 맡지 않으려는 것도 목회자들에게는 큰 고민이다.
서울 서초구에서 목회하는 B목사는 “지난해 권사·안수집사를 5명 뽑기 위해 배수 공천했는데 이 중 절반이 ‘아직 때가 되지 않은 것 같다’며 후보 자격을 포기하면서 투표가 무의미해지고 말았다”면서 “중직자가 되면 봉사 책임도 커지고 헌금도 더 많이 해야 하다 보니 사는 게 힘든 젊은 세대가 일단 피하고 보는 것 같다”고 밝혔다.
당사자들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경기도 안양의 한 대형교회에 다니는 천민규(가명·48) 집사는 “지난해 구역에서 안수집사 후보로 추천받았지만 일도 바쁜 데다 봉사하는 게 아직은 누가 시켜서 하는 것 같아 고민 끝에 사양했다”면서 “영원히 피할 수는 없을 것 같아 걱정인데 그렇다고 선뜻 나서는 것도 쉽질 않다”고 토로했다.
목회자들은 ‘제자 훈련’을 통해 봉사와 헌신의 의미를 전수하는 걸 유일한 해법으로 보고 있다. B목사는 “지속적인 제자 훈련을 통해 중직자의 보람과 의미에 대해 나누려고 한다”면서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이끄는 게 맞다”고 했다.
박종순 충신교회 원로목사도 목회자의 책임을 강조했다.
박 목사는 “봉사자를 찾지 못하는 교회들은 무척 힘들겠지만 반면 아주 잘 되는 교회도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면서 “목회자가 스스로 열정을 회복하고 봉사자와 중직자 수급이 잘 되는 교회를 방문해 노하우를 배운 뒤 포기하지 말고 교인에게 동기부여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평신도들도 봉사의 의미가 뭔지,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이 뭔지 깊이 고민하고 결단하라”고 요청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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