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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영웅]“그날밤 보육원 앞에서 한 약속을 12년 만에 지켰습니다” (영상)


12년 전 어느 겨울밤, 수능을 끝내고 배달 알바를 하던 19살 청년은 혼자 결심을 합니다. 거창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혼자만의 약속. 그리고 12년 뒤 그는 그 약속을 지켜냅니다.

12년 만에 약속을 지킨 배달 청년

지난 4월 9일 인천의 한 치킨집. 아침부터 이 사장님(가명)이 열심히 치킨을 튀기고 있습니다. 한 박스, 두 박스, 세 박스, 네 박스. 옆에 수북이 쌓인 이 빈 상자를 다 채우려나 봅니다. 단체주문이라도 들어온 걸까요?


잔뜩 신이 난 영상 속 이 사장님은.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소원성취~~!! 보육원 치킨 봉사하고 왔습니다’라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된 ‘이닭이식기전에님’입니다.



이 사장님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조그만 치킨집을 운영하는 1인 가게 사장님입니다. 전쟁 같은 1년을 보내고 정신을 차린 뒤 이 사장님이 제일 먼저 한 일은 바로 이것, 보육원 치킨 봉사였습니다. 12년 전 수능을 마치고 배달 알바하던 때의 기억 때문이었습니다.


이닭이식기전에님
“2011년 연말이었어요. 12월 31일 (01:28) 밤 12시가 땡 하면 해가 바뀌는 때였는데, 그때 직전에 배달이 딱 떠서 갔더니 거기가 보육원이었어요. 치킨 두 세트 시켜서 한 조각씩 나눠먹는 거 보고 마음이 아파 가지고 제 돈으로 53인분인가 그렇게... (기부를 했어요)”




그 때 아이들 모습을 보고는, ‘나중에 꼭 한 번 더 해 보자’고 다짐했더랬는데, 대학 졸업하고 직장 다니면서 미뤄뒀던 결심을 치킨집을 차리고 1년 만에 드디어 지키게 된 겁니다. 사실 처음 해보는 장사는 좌충우돌 그 자체였다고 해요.


이닭이식기전에님
“치킨 한 마리 팔면 한 1500원에서 2000원 남거든요. 조만간 (보육원에) 가겠다고 했는데 새내기 사장이다 보니까 운영에 조금 차질이 있었고...”



그렇게 1년이 지나고 더는 미룰 수 없다고 생각한 이 사장님은 꿈을 실행에 옮기기로 결심하고는 적당한 규모의 보육원을 찾아 나섰습니다.


이닭이식기전에님
“선생님들 것까지해서 15마리 주시면 된다고 했는데 모자랄 수도 있으니까 한 마리 더 드렸어요. 캐릭터 가방도 아이들이 많다보니까 더 주려고 다른 지점에서 사왔거든요. 근데 최근에 인형을 많이 받아서 필요 없다고 해서...”



드디어 배달일. 이른 아침부터 튀긴 치킨을 배달 차량에 가득 싣고 보육원에 다녀오는 길, 맛있게 먹고 있을 아이들 생각에 이 사장님은 내내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러고는 뿌듯함에 자랑글을 올렸습니다.



‘소원성취~~!! 보육원 치킨 봉사하고 왔습니다’ 이렇게 말이죠. 물론 익명이었기 때문에 가게이름은 알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네티즌들이 누굽니까. ‘돈쭐을 내줘야 한다’며 기어이 이 사장님네 가게를 찾아낸 이들이 있었습니다.


이닭이식기전에
“주소는 절대 공개 안 했는데 댓글에 막 저희 가게 주소가 달려 있더라고요. (한 번은) 새벽에 마감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어요. 배달되냐고 물어보셔서 끝났습니다, 그러니까 돈만 보내신대요. 저희 그렇게는 못할 것 같습니다”





이 사장님이 12년 만에 이룬 훈훈한 소원성취가 보육원 아이들뿐만 아니라 더 많은 이들을 행복하게 해준 것 같습니다.




▲영상으로 보기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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