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인이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29일 회담에 대해 “영수회담 결과는 십상시들의 의견만 반영됐다”며 깎아내렸다. ‘십상시’는 중국 후한 말 조정을 농락한 10여명의 환관을 지칭하는 말로, 나라를 망하게 하는 이들을 비난할 때 비유적으로 쓰기도 한다.
공식 취임을 하루 앞둔 임 당선인은 30일 언론과의 전화통화에서 “의대 증원이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등을 모두 백지화해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임 당선인은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의료문제를 이해하는 데 주변의 잘못된 목소리에 경도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사 출신의 김윤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당선인과 윤석열정부 초대 사회수석비서관을 지낸 안상훈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당선인을 지목하면서 “이들이 국민을 선동하더니 이제 국회까지 진출했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대표와 관련해선 ‘부산 피습 사건’을 다시 거론하면서 의료 정책을 논할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월 2일 부산 현지 일정 중 흉기 습격을 당한 뒤 부산대병원에서 응급 치료를 받고 헬기를 이용해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임 당선인은 “이 대표는 공공의료, 지방 의료를 살려야 한다고 얘기해놓고도 본인이 습격당하니까 아시아 최고 외상센터를 갖춘 부산대병원을 놔두고 헬기를 타고 서울대병원으로 옮겨갔다”며 “이런 분이 영수회담에서 대통령과 합의한 의료 정책에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의사수급분과회는 총원 22명 중 대부분이 의사로 구성돼있는데, 그런 식으로 구성돼야 현장 상황에 맞는 의료 정책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노환규 전 의협 회장도 이번 영수회담을 ‘법조인들 권력 만능주의의 발현’이라고 주장했다.
노 전 회장은 전날 밤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의료, 어디로 가나?’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글에서 “검사 출신의 대통령이 ‘의대 증원 불가피하다’고 말하고, 변호사 출신의 거대 야당의 대표가 ‘우리도 적극 협력하겠다’고 화답했다”며 “이 생각은 권력을 손에 쥔 법조인들이 가질 수 있는 마인드다. 그들의 사고체계에서는 법 만능주의, 권력 만능주의가 작동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두 사람은 ‘의사들이 별수 있겠어?’라고 착각하겠지만, 절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며 “의료를 무너뜨릴 정책을 막기 위해 의사들이 취하는 행동(휴진·사직)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 의사들이 취하는 행동과 조금도 다름이 없다는 사실”이라고 적었다.
이어 “그들의 예상대로 의사들이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다면 어쩔 수가 없네’라며 돌아올까, 아니면 끝까지 저항할까. 그들의 예상과 달리 나의 예상은 ‘끝까지 가는 저항’”이라며 의사들이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