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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영웅] 50분이나 걸어 투표소까지 간 할머니의 권리를 지켜준 사람들 (영상)


어르신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투표소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가파른 오르막길과 계단에 막혀 주저앉고 말죠. 하지만 이대로 끝이 아닙니다. 투표를 향한 어르신들의 대장정은 모두를 감동시킨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습니다.


여든 할머니의 투표하러 가는 길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졌던 지난 4월 10일 오전 11시쯤. 80대 어르신 두 분이 서울 성북구 정릉4동 3투표소인 성북청소년문화의집을 찾았습니다. 근데 가는 길이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가파른 오르막길에서 한참을 쉬었다 일어난 어르신들은 몇 발자국 걷고, 다시 주저앉고, 몇 걸음 떼고, 또 주저앉기를 반복했습니다. 어르신들의 힘겨운 사투를 처음 본 건 성북청소년문화의집에서 근무하는 오주영 선생님이었습니다.


오주영 성북청소년문화의집 선생님
“투표소를 대여 해드린 상황이기 때문에 내외부 점검차 순찰하듯이 나갔던 거고, 길에서 마주쳤던 거고. 몸이 좀 편찮으셨던 할머니분이 친구분과 같이 오시는 것 같아 도와드렸던 거예요”



그런데 투표소에 들어서자마자 할머니는 또다시 주저앉고 말죠. 한참을 일어나지 못하는 어르신을 따라 오 선생님은 함께 쪼그려 앉았습니다.


오주영 성북청소년문화의집 선생님
“한 번 엎어지면은 같이 뭔가 지탱할 게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어가지고 쪼그려 앉았던 거고 저를 이제 누르면서 일어나는 힘이 좀 더 나을 거라고 생각을 해서...”



오 선생님을 붙잡고 간신히 일어선 할머니를 인계받은 건 정릉4동주민센터 정윤희 주무관이었습니다.


신원을 확인하고 기표소까지 안전하게 모신 정 주무관은 그 앞을 내내 지켰습니다. 혹시나 또 쓰러지실까 봐 걱정이 됐거든요. 우여곡절 끝에 투표하는 데 성공한 두 어르신.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였습니다.


김명재 정릉4동 주민센터 공공복지팀장
“투표장에서 두 번이나 주저 앉으시더라고요. 그래서 혼자서는 귀가 못할 것 같아서 일손이 바쁜 중에서도 이 어르신을 모셔다드려야지 사건 사고가 없을 것 같아서...”



근데, 이게 만만치 않았습니다. 결국 파출소로 방향을 바꿉니다.




김동하 정릉4동 주민센터 주무관
“처음에는 부축을 했었는데, 부축 갖고는 안되는 상황이었어요. 주저앉으셔 가지고 그래서 파출소는 가까우니까 업고 가는 게 빠르겠다고 판단해서....”



김동하 주무관이 할머니를 업고 올라가는 사이 정윤희 주무관은 파출소로 달려가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사정을 듣고 달려나온 건 문용수 경위와 이유영 순경. 문 경위는 차 안에서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더욱 놀랐다고 하는데요.


문용수 정릉파출소 경위
“가실 때 여쭤보니까 무릎 수술을 하셔가지고 20바늘을 꿰매셨으니까 따님이 ‘투표하지 말아라’ ‘위험하다’ 근데 엄청 힘들게 오셨어요. (투표소까지 오는데) 한 50분 정도 걸리셨대요. 두 번 넘어지셔가지고...”



얼마 전 무릎 수술을 받은 어르신은 위험을 무릅쓰고 길고 긴 여정을 감수한 거였습니다.


문용수 정릉파출소 경위
"따님이 가지 마시라고 당부 전화까지 하셨는데 오신 이유가 뭡니까, 여쭤보니까 그래도 대한민국 국민이 해야 되지 않겠냐.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대단하시더라고요”



대단한 의지의 대한민국 유권자 아닌가요? 하지만 아무리 의지가 대단해도 고비마다 손을 내밀어 준 이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 여든 할머니의 투표하러 가는 길 영상으로 보기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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