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안내문’ 서울대병원 교수 “남아야 할 이유 있나”

“의사들, 돈만 아는 존재로 치부돼…정부 의료개혁 방향 잘못됐다”

입력 : 2024-04-24 00:33/수정 : 2024-04-24 10:12
지난 8일 서울시내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기사와 상관 없는 참고 사진. 뉴시스

최근 사직 의사를 밝힌 서울대병원 강희경 소아신장분과 교수가 “직을 걸고 ‘이게 아니다’라고 외치기 위해 사직서를 낸 것”이라며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을 전했다.

강 교수는 “이미 ‘번아웃’에 휴직하는 교수들도 나오고 있다. 이렇게 왜곡된 현실을 더 왜곡하려는 시도가 강행된다면 (의사들이) 의료현장에 남아야 할 이유가 있나”라며 23일 CBS노컷뉴스에 밝혔다. 이어 정부의 의료개혁 방향이 잘못됐다고 주장하며 “이렇게 미움받고 돈만 아는 존재로 치부되고 직업 선택의 자유도 없는 존재로 남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라고 반문했다.

강 교수는 지난해 외래 환자만 6000명을 진료했다고 한다. 중증 환자가 아니어도 지역이나 1·2차 병원으로 보내는 대신 열정적으로 환자들을 돌봤지만, 돌이켜보니 1·2차 의료 붕괴에 일조했다는 후회도 든다고 했다.

사직 희망일을 올해 8월 31일로 정한 것에 대해서는 “후임을 구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환자들에게 사직 안내를 전할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며 착잡한 심경을 전하기도 했다.

앞서 이날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소아신장분과 교수들의 사직 안내문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며 비난 여론이 일었다. 현재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소아신장분과 소속 교수는 2명으로, 강 교수와 안요한 교수가 유일하다.

이들은 진료실 앞에 부착한 안내문에서 오는 8월 31일까지만 근무한다는 사실을 알리며 “믿을 수 있는 소아 신장분과 전문의에게 환자를 보내드리고자 하니 희망하는 병원을 결정해 알려 달라”고 밝혔다.

또 “소변 검사 이상, 수신증 등으로 내원하는 환자분께서는 인근의 종합병원이나 아동병원에서 진료받으시다가 필요시 큰 병원으로 옮기셔도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여러분 곁을 지키지 못하게 돼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했다.

소아신장분과는 소아청소년과에서도 소아 신장질환을 전문으로 다룬다. 서울대병원은 국내 유일의 소아청소년 콩팥병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네티즌은 이 점에 주목하며 소속 교수 2명이 전부 사직하는 데 우려를 표했다. 주 환자가 어린아이나 청소년인 만큼 교수들의 더욱 신중한 태도가 필요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다만 “사정을 들어봐야 한다”며 지나친 비난을 자제하자는 댓글도 달렸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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