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저출생 해답은?”… ‘비용지원’보다 ‘피로사회’ 탈출 우선

지난 2월 15일 열린 제45회 베이베페어에서 유아용품을 살펴보는 시민들. 권현구 기자

저출산·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육아 부담이 여성에 집중돼 삶의 질이 떨어지는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를 위해선 초등돌봄체계 마련과 육아기 유연근무 확대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19일 고용노동부 주관 ‘일·가정 양립 정책 세미나’에 참석한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피로사회, 불안사회, 차별사회, 박탈사회에서 일·가정 양립사회, 복지사회, 평등·다양성 사회, 공정사회로 만드는 대개조 프로젝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교수는 이날 비용 지원만으로 저출산·저출생 문제를 극복하기는 어렵다면서 “임신과 출산, 돌봄이 삶의 불안 요인으로 여겨진다면 비용 지원이 있더라도 쉽사리 아이를 낳고자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가임기간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과 조출생률(인구 천명당 출생아 수)이 낮아진 원인으로 ‘독박육아’를 꼽았다.

여전히 육아에 있어 주 양육자는 ‘엄마’라 말한 정 교수는 “독박육아는 경력단절로 이어진다”며 “최근 M자형 곡선(경력단절로 30대 여성 노동자 고용률이 낮아지는 형상)이 완만해진 데에는 노동시장 성차별이 해소된 것뿐만 아니라 출산하지 않는 여성이 늘어난 이유도 있다”고 설명했다.

'KDI 포커스 : 여성의 경력단절 우려와 출산율 감소' 캡처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6일 발간한 ‘KDI 포커스 : 여성의 경력단절 우려와 출산율 감소’에서 ‘차일드 페널티(출산에 따른 여성의 고용상 불이익)’가 출산율 하락 원인의 40%를 차지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실제로 무자녀 여성의 경력단절 확률은 2014년 33%에서 9%로 급감한 반면 유자녀 여성의 경우 경력단절 확률이 동기간 28%에서 24%로 4%포인트 감소했다.

'KDI 포커스 : 여성의 경력단절 우려와 출산율 감소' 캡처

연구는 “성별 고용률 격차의 축소는 역설적으로 자녀 유무에 따른 경력단절 확률 격차 확대로 이어져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여성의 수를 증가시킨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부부가 육아 부담을 나눠 지기 위해서는 초등돌봄체계 마련과 육아기 유연근무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비해 초등돌봄은 아직까지 미완성 단계”이며 “긴 육아휴직은 경력단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빠가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지원하고 단축근무와 유연 탄력 근무를 육아기에 걸쳐 활용할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19일 일·가정 양립 정책 세미나 참석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고용노동부 제공

세미나에 참석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역시 직장문화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지난 1월 유연근무 확산 관련 스탠포드 대학 교수와의 화상 대담을 언급하며 “약속된 시간을 넘겨 이야기를 나누던 중 교수의 자녀 하교 시간이 돼 대담을 마무리했다”고 회상했다.

또 “실리콘밸리에서도 등하교 돌봄 시간에는 미팅을 잡지 않는 것이 당연한 직장 문화라고 한다”면서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인식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정부는 현재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사용 가능 자녀 연령을 현행 8세에서 12세로 확대하고 사용 기간도 36개월로 늘린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오는 7월부터는 근로자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주 10시간 이상 사용하고 그 업무를 분담한 동료 근무자에게 사업주가 보상을 지급하는 경우, 사업주에게 최대 월 20만원이 지원된다. 또 현행 주당 5시간까지 지급하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급여도 주당 10시간까지 확대 지급된다.

이 장관은 이날 “저출생 위기를 극복하고 국민이 수혜받을 수 있도록 국회 입법 논의를 적극 지원하겠다”며 “여야가 합의해 예산도 반영한 만큼 그 필요성을 충분히 공감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경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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