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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정규 앨범 낸 임윤찬 “10년 동안 속에 있던 용암 토해낸 느낌”

데카에서 쇼팽 에튀드 앨범 발매… 최근 손에 무리와 공연 중단했지만 회복한 상태


“쇼팽의 ‘에튀드’는 제가 어렸을 때부터 듣고 연습했던 작품입니다. 이번 음반은 뭔가 10년 동안 속에 있었던 용암을 밖으로 토해낸 느낌이에요.”

첫 정규 스튜디오 앨범 ‘쇼팽: 에튀드’를 발매한 피아니스트 임윤찬(20)이 지난 19일 화상으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앨범 발매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임윤찬은 현재 재학 중인 뉴잉글랜드음악원(NEC)이 있는 미국 보스턴에서 인터뷰에 응했다.

이번 앨범은 임윤찬이 클래식 명문 레이블인 데카(Decca)와 리코딩 전속 계약을 맺고 내는 데뷔 앨범이자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첫 앨범이다. 임윤찬은 앨범 발매를 기념해 6월 전국 순회 리사이틀을 연다.

임윤찬은 “거대한 우주 같은 선배 피아니스트들이 쇼팽의 에튀드를 연주해 왔다. 어릴 때부터 이들처럼 근본 있는 음악가가 되고 싶었던 만큼 그 뿌리를 따라가고 싶은 마음으로 쇼팽 에튀드를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임윤찬은 “(근본 있는 음악가는) 노력으로 될 수 있는 게 아니라 시대가 내린 축복받은 사람들만이 할 수 있다”며 “나같이 평범한 사람은 매일매일 연습하면서 진실하게 사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겸손해했다.

앨범에는 쇼팽의 에튀드 작품번호 10번과 25번이 담겼다. 1833년 출판된 에튀드 10번과 1837년 출판된 에튀드 25번은 에튀드(연습곡)라는 이름에 걸맞게 고난도 테크닉을 요구한다. 임윤찬은 매일 6시간 정도 평균적으로 연습하지만,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는 12시간씩 했다. 에튀드 25번 중 제7번 ‘첼로’의 첫 두 마디를 연주하는 데만 7시간 넘게 연습하기도 했다. 반면 쇼팽 에튀드는 연습곡 각각의 개성이 강해 예술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임윤찬은 “쇼팽 에튀드 안에는 대지의 신음, 나이 든 이의 회한, 사랑의 편지, 그리움과 먹먹함, 자유 같은 여러 감정이 있다”며 “에튀드를 연습하지 않았던 시기에도 에튀드의 노래들이 내 마음속에서 계속해서 깊어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쇼팽 에튀드는 언젠가는 넘어야 할 산이었고, 이 곡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힘든 일이 있었지만, 쇼팽이 위로하듯 최근에 음악적으로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하는지 조금씩 깨닫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윤찬은 이번 앨범을 준비하며 알프레드 코르토가 쓴 ‘쇼팽을 찾아서’를 자주 읽었다고 했다. 독서광으로 알려진 그는 과거에도 리스트의 ‘단테 소나타’를 연주하기 위해 단테의 ‘신곡’을 외우다시피 읽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윤찬은 녹음 과정에 대해 “내가 연습한 걸 마음대로 쳤다. 그러다가 가끔 쇼팽이 남겨놓은 텍스트에서 벗어났다 싶으면 (녹음) 디렉터가 잘 잡아주셔서 밸런스를 잘 맞춰 녹음했다”면서 “스튜디오 녹음의 장점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여러 가지를 한 다음 그중에서 마음에 드는 걸 (음반으로) 낸다는 것이다. 긴장 없이 기분 좋게 끝냈다”고 만족해했다.

지난 2022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이후 임윤찬에겐 많은 변화가 왔다. 무엇보다 프로 연주자로서 전 세계 콘서트홀을 돌며 연주하는 생활과 함께 학생으로서 스승인 손민수 교수를 따라 학교를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NEC로 옮긴 것이다. 임윤찬은 “콩쿠르 당시 내 연주는 진정한 내 모습이 아니다. 당시 힘든 환경에 스스로 갇혀서 딱딱해져 있었던 것 같다”면서 “하지만 콩쿠르 이후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좋은 방향으로”라고 밝혔다. 이어 “공연이 많아지면서 가끔 힘들다고 느낄 때도 있지만 그때뿐이다. 그리고 새로운 곡을 익히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힘들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임윤찬은 지난달 손에 무리가 와 해외 공연을 보름간 중단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나았다고 했다. 그는 “1∼2주 쉬니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왔다. 이제는 피아노를 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하지만 무리하면 또 아파질 수 있기 때문에 조절하면서 연습한다”고 말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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