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친 때려 죽었는데…“걘 술먹고 다녀” 친구들 울분

고2부터 3년간 교제…상습적 집착·폭행
사인은 다발성 장기부전…국과수 “폭행에 의한 것 아냐” 소견 논란
유족 “우리 딸 편히 눈 감도록” 엄벌 촉구

입력 : 2024-04-18 09:52/수정 : 2024-04-18 11:26
전 여자친구를 폭행해 숨지게 한 20대 남성. 오른쪽 사진은 숨진 피해자의 생전 모습. JTBC 보도화면 캡처

전 여자친구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이 체포됐다 풀려나 논란이 된 가운데 피해자의 친구들은 가해자의 엄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피해자가 폭행 9일 뒤 사망함에 따라 그 인과성을 입증하는 것이 관건으로 보인다.

18일 유튜브에 따르면 피해자의 친구들은 해당 사건을 처음 보도한 JTBC 뉴스 채널의 영상에 전날 댓글을 남겼다. 한 친구는 “이런 와중에도 가해자는 술 먹고 잘 돌아다니고 있다”면서 “제발 널리 퍼져서 꼭 처벌받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그는 “○○가 폭행당한 전날에 (나와) 같이 술 먹으면서 미래에 대한 얘기를 했다”며 “햇빛 잘 드는 집으로 이사 가고 싶다고, 따뜻한 집으로 가서 강아지와 잘 살고 싶다고 했다. (그 아이가) 제발 따뜻한 곳에서 편히 쉴 수 있도록 모두 도와주시라”고 관심을 촉구했다.

또 다른 친구도 “현재 가해자 측에서는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500만원으로 합의를 하자는 말밖에 안 나온다”면서 “납골당 가지도 못한 채 부검을 두 번이나 했다. 제발 부탁드린다. 제 친구 ○○이의 억울한 죽음을 널리 퍼뜨려 그놈이 처벌받을 수 있게 해주시라”고 부탁했다.

전 남자친구에게 폭행 당해 전치 6주 부상을 입고 입원했을 당시 피해자의 모습. JTBC 보도화면 캡처

앞서 경남경찰청은 전 여자친구를 주먹으로 여러 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로 20대 남성 A씨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일 오전 8시쯤 술을 마신 상태에서 거제시 고현동 한 원룸에 살고 있는 전 여자친구 B씨를 찾아가 주먹으로 폭행하고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사건 당시 외상성 경막하출혈 등으로 전치 6주의 진단을 받고 거제의 한 병원에서 치료받다가 패혈증에 의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지난 10일 숨졌다. B씨가 숨지기 전 가족들이 인근 대형병원으로 전원하려 했으나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경찰은 B씨가 숨진 뒤 A씨를 긴급 체포했으나 검찰은 긴급체포 구성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불승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A씨가 사건 발생 당일 경찰 조사에서 상해 사실을 인정하고 10일 후 경찰 연락을 받고 긴급체포에 응한 점 등에 비춰 법률상 요건인 긴급성에 해당하지 않아 불승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남자친구에게 폭행 당해 끝내 숨진 20대 여성의 빈소. JTBC 보도화면 캡처

이런 가운데 피해자 사망 원인이 “폭행에 의한 것이 아니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구두 소견이 나와 논란이 인다. 이에 경찰은 국과수에 조직 검사 등 정밀검사를 의뢰한 상태다. 정밀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최대 3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B씨의 공식 사망 원인은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알려졌다. 폭행과 사망의 인과성이 입증돼야 A씨의 기소가 가능하다는 게 법조계 견해다. A씨 측은 의료과실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 결과 A씨와 B씨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3년 정도 교제했다 헤어지기를 반복한 사이로, 사건이 일어난 시기에는 헤어진 상태였다. 사건 당일 A씨는 B씨가 전날 만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B씨 원룸 비밀번호를 누르고 찾아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전 남자친구의 지속적인 집착과 폭행에 시달려 온 끝에 숨진 피해자의 생전 모습. JTBC 보도화면 캡처

B씨의 친구들은 A씨의 집착과 폭행이 상습적으로 이뤄졌다고 언론을 통해 진술했다. 친구들에 따르면 A씨는 평소 B씨의 휴대전화를 감시하는 건 물론 혼자 편의점도 못 가게 했으며 심지어 더 좋은 대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음에도 B씨를 따라 같은 대학, 같은 과에 진학했다.

A씨는 B씨의 머리채를 잡고 발로 차는 등 잦은 폭행을 가했고,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까지 B씨를 때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2022년 12월부터 이번 사건까지 경찰에 접수된 데이트 폭력 관련 신고(쌍방 폭행 포함)는 무려 12건이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유족은 상해치사에 더해 스토킹 혐의로 추가 고소했다. 유족은 “딸이 죽기 전 마지막으로 한 얘기가 ‘엄마 나 살 수 있겠지’였다. 폭행으로 퉁퉁 부은 눈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며 “우리 딸 편하게 눈 감을 수 있도록 정확하게 판단해 달라”고 호소했다.

경찰은 A씨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하는 한편 대형병원 전원 거부 여부 등에 대해 계속 조사할 예정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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