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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아들 곁으로…‘박종철 열사 모친’ 정차순씨 별세

17일 오전 별세…향년 91세
빈소는 서울강동성심병원

입력 : 2024-04-17 14:27/수정 : 2024-04-17 17:04
17일 오후 서울 강동구 강동성심병원 장례식장에 고(故) 박종철 열사의 어머니인 정차순 여사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뉴시스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의 고(故) 박종철 열사 어머니 정차순씨가 17일 별세했다. 향년 91세.

박종철기념사업회, 유족 등에 따르면 정씨는 이날 오전 5시20분쯤 서울 강동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정씨는 박 열사의 아버지이자 남편인 박정기씨가 2018년 89세를 일기로 먼저 세상을 떠난 뒤 부산의 자택에서 홀로 지내다 건강이 악화해 2019년부터 요양병원에서 머문 것으로 전해졌다.

박 열사의 형인 종부(66)씨는 “어머니가 특별한 유언 없이 빙긋이 웃으시며 편안하게 눈을 감으셨다”며 “아들 옆으로 간다고 생각하셔서 그랬던 것 같다”고 연합뉴스에 전했다.

박종철기념사업회 관계자는 “고인은 1987년부터 막내 아들(박 열사)을 앗아간 군사 정권에 분노하며 사회 활동을 이어갔다”면서 “가족들이 굉장히 힘들어하는 시기에도 가족을 지키겠다는 일념 하나로 살아오신 분”이라고 밝혔다.

고인의 아들인 박 열사는 서울대학교 언어학과에 재학 중이던 1987년 1월 공안 경찰에게 연행돼 물고문을 받다가 숨졌다. 박 열사의 죽음은 전두환 정권을 무너트린 6·10 민주항쟁의 기폭제가 됐다.

당시 부산시청 공무원이었던 박정기씨는 아들의 죽음 이후 30여 년간 민주화 운동가로 활동했다.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회장을 역임했고, 박씨의 구술과 일기를 바탕으로 그의 삶을 조명한 ‘유월의 아버지’가 출간되기도 했다. 정씨는 그런 남편을 옆에서 묵묵히 도우며 뜻을 함께 했다.

특히 아들의 유해를 임진강에 뿌리며 박씨가 남긴 “철아, 잘 가그래이, 아부지는 아무 할 말이 없데이”라는 말은 많은 이의 가슴을 먹먹하게 하며 아직까지 회자되고 있다. 정씨 역시 경찰병원 영안실에 안치된 박 열사의 시신을 붙들고 “내 아들이 대체 왜 죽었소? 못돼서 죽었소? 똑똑하면 다 못된 거요?”라는 독백을 남긴 바 있다.

정씨는 고령의 나이에도 남편 박씨과 함께 매해 박 열사의 추모제에 참석했다. 지난 2017년 열린 박 열사 30주기 추모행사에서는 아들을 그리워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정씨의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정씨의 유족으로는 아들 종부 씨, 딸 은숙 씨, 며느리 서은석 씨 등이 있다. 빈소는 강동성심병원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19일 금요일 오전 8시이며 장지는 서울시립승화원 후 모란공원이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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