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전체기사

세월호 이후 달라진 선박 안전관리 감독 현장…“자부심 느낀다”

지난 9일 목포항에서 오후 12시30분 홍도로 출발 예정인 여객선 뉴골드스타의 내부 모습. 승객들이 승선 시간에 맞춰 하나둘씩 자리를 채우고 있다. 나경연 기자

지난 9일 오전 10시 목포항. 이날 오후 홍도로 출발 예정인 여객선 뉴골드스타가 항구에 정박해 있었다. 377명을 수용할 수 있는 뉴골드스타는 길이가 약 37.8m인 여객선이다. 이날 오상균 해사안전감독관은 뉴골드스타 안전관리 현황 점검을 위해 현장에 나왔다. 오 감독관은 20년 넘게 선박안전관리 업무를 수행한 베테랑이다.

지난 9일 목포운항관리센터 내에서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소속 운항관리자들이 선박모니터링시스템(VMS)으로 항해 중인 선박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선박의 항해 및 안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관리자들은 매일 목포항을 오가며 27개 항로를 지나는 선박 총 42척을 관리한다. 나경연 기자

오 감독관은 제일 먼저 목포운항관리센터로 향했다. 그는 센터에 들어선 뒤 가장 먼저 선박 모니터링 시스템(Vessel Monitoring System, VMS)을 확인했다. VMS는 선박에 설치된 무선 장치로 단말기에서 발사된 위치 신호가 육상 사무실의 전자해도 화면에 표시되는 시스템이다. 오 감독은 선박의 경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경로 이탈 여부를 꼼꼼히 살폈다. 특정 선박의 속도가 너무 빠르거나 느린 경우엔 통신으로 이상 상황 발생 여부를 점검했고, 풍속과 안개 등도 거듭 살폈다.

센터를 둘러본 오 감독은 가장 먼저 출항 전 점검 과정을 검사하기 위해 김미진 주임운항관리자와 선박으로 향했다. 정부는 세월호참사 이후 선장과 운항관리자의 출항 전 점검을 의무화했다. 이들은 선박의 모든 출항 건마다 출항 전 여객선 안전 점검 보고서를 작성해 승선하는 승객들이 볼 수 있는 곳에 게시해야 한다.

역삼각형 밑의 흰색 수평선은 지난 9일 목포항에 정박한 여객선 뉴골드스타의 만재흘수선 모습. 흘수선은 선박의 선체와 수면이 만나는 선으로,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는 흘수선을 만재흘수선이라고 한다. 승객이 모두 탑승한 후에도 수면의 높이가 만재흘수선 밑에 위치해야 한다. 나경연 기자

정박해 있는 선박에 다다르자 오 감독이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만재흘수선이었다. 흘수선은 선체와 수면이 만나는 선이고, 만재흘수선은 선박이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는 흘수선이다. 화물을 과적하거나 승객 인원이 기준치를 초과해 선체가 가라앉으면 수면이 만재흘수선 위로 올라간다. 이럴 경우 선박이 예비부력을 확보할 수 없고, 선박의 복원력이 사라진다.

지난 9일 목포항에 정박한 여객선 뉴골드스타의 발전기 배전반 모습. 배전반은 육상의 전기를 선박과 연결 또는 차단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나경연 기자

여객선 내부로 들어간 오 감독은 가장 먼저 선박의 기관실에 들러 엔진과 발전기를 점검했다. 기관실 내에는 배를 움직이는 엔진과 전기를 만들어내는 발전기가 있다. 전압기의 전류 흐름 수치와 엔진의 기름 누출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만약 과전압이 발생해 엔진이 폭발하거나 기름이 누출되면 화재 위험이 크다. 오 감독은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기관실 문을 닫은 채 작동시킬 수 있는 CO2 냉각 소화 장치 작동 여부도 살폈다.

지난 9일 목포항에 정박한 여객선 뉴골드스타에 비치된 구명뗏목 모습. 사고가 발생하면 선원들은 구명뗏목을 바다에 던지고, 승객들이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 차례로 구명뗏목에 탑승하도록 도와야 한다. 나경연 기자

이후 선박 내 구명뗏목(life raft)의 유효기간과 설치 대수를 확인했다. 유효기간이 지난 구명뗏목은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기 때문에 기한 확인도 중요한 점검 대상이다. 또 승선 인원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대수가 갖춰져 있어야 한다. 오 감독은 여객선 의자 밑에 하나씩 갖춰진 구명조끼를 하나 뜯어 조끼에 달린 호루라기와 조명등 기능을 확인했다. 여객선 실외에도 승객 정원 10%에 해당하는 구명조끼가 마련돼 있는지 살폈다.

지난 9일 목포항에 정박한 여객선 뉴골드스타 선장실에 있는 레이더와 GPS장치, e-네비게이션(지능형 해상교통정보) 모습. 나경연 기자

오 감독은 마지막으로 선장실 점검을 진행했다. 선장실에는 선박의 실시간 위치를 육지의 본부와 소통하는 레이더와 GPS장치, e-네비게이션(지능형 해상교통정보)이 있다. e네비게이션은 항해 중인 모든 배의 위치 및 속도를 알 수 있지만, 해당 장치를 꺼버린 선박은 위치 파악이 되지 않는다는 한계도 있다. 개정된 법에 따라 2022년부터 만들어진 여객선은 해당 장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지만, 이전에 만들어진 여객선도 해수부 지원으로 대부분 설치가 됐다.

지난 9일 목포항에 정박한 여객선 뉴골드스타 선장실에 비치된 안전점검내용 보고서. 이달 6일 진행된 소화훈련, 퇴선훈련, 기름유출훈련 관련 내용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나경연 기자

매일 여객선 출항 점검을 진행하는 관리자들은 안전관리 업무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김 주임 관리자는 “관리자들 소속이 해운조합에서 공기업으로 바뀌며 감독의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고, 사명감을 갖고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대다수 안전 전문가는 해운회사가 가입된 한국해운조합의 부실한 선박 안전관리 감독 관행을 침몰 원인으로 지목했다. 해운회사들의 조합비로 월급을 받던 운항관리자의 이른바 ‘봐주기 감사’가 만연했기 때문이다. 참사 당일에도 조합 소속 운항관리자들이 차량 및 화물 적재량이 허위로 기재된 보고서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고 세월호를 출항시켜 침몰 위험을 키웠다.

지난 9일 목포항에 정박한 여객선 핑크골드의 모습. 나경연 기자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9년 공기업인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을 설립해 운항관리자들을 공단 소속으로 편입시켰다. 독립성을 확보한 것이다. 현재 내항선 안전점검은 운항관리자와 2015년부터 도입된 해사안전감독관이 전담하고 있다.

오 감독은 현장에서 더욱 철저한 관리·감독이 가능해지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전에는 관리 감독하지 않았던 빈틈이 지금은 채워진 느낌”이라며 “세월호 참사 당시에는 유리창을 깨고 나올 망치조차 없었던 최악의 상황이었다면, 지금은 배가 뒤집혔을 때를 대비해 천장에도 형광 탈출 유도선 그려 넣을 정도로 많은 것이 달라졌다”고 전했다.

다만 감독관 숫자 부족이 향후 숙제로 남아 있다. 전국 해사안전감독관은 총 40명, 이들이 지난해 지도‧감독한 횟수만 4265회에 달한다. ‘수박 겉핥기식’ 감독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해수부 관계자는 16일 “업무 공백이 발생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공무원이다 보니 탄력적으로 채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목포=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