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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1400원 육박’… 원화가치 하락 유독 커

美 금리 인하 미뤄지고 중동 위기까지
한은 개입할까… ‘안정화’ 조치 주목


원·달러 환율이 1375원을 돌파하며 1400원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해진 데다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까지 고조되면서다. 주요국 통화 가운데 원화 가치 하락이 두드러지면서 외환 당국의 개입 가능성이 주목된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12일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1.30원 오른 1375.4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연중 최고치이자 2022년 11월 10일(1377.5원) 이후 17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주간으로는 전주 대비 22.6원 오르면서 12주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

가장 큰 원인은 미국 달러화 자체의 강세다. 유로화·엔화 등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최근 연이어 발표된 미국의 3월 고용지표와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모두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다. 이에 현재 5.25~5.50%인 미국의 고금리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이 6월 정책금리 인하를 시사한 것도 달러 강세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이 통화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과 달리 유럽에서 통화 완화를 택하면 상대적으로 미국 달러 가치가 높아진다.

중동 지역의 확전 가능성도 달러 강세를 키우고 있다. 시장에서는 중동 위험이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더욱이 이달 들어 원화 가치 하락 폭은 다른 주요국과 비교해 유독 큰 상황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2일 기준 달러 대비 주요 31개국 통화 가치의 변화를 의미하는 스팟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원화 가치는 지난달 29일 대비 2.04% 떨어져 하락률이 가장 높았다. 전쟁 중인 러시아의 루블(-1.69%)이나 이스라엘의 셰켈(-1.54%)보다도 높은 하락률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유럽 등은 2~3월에 통화가치가 크게 하락한 반면 무역수지 개선이나 외국인 매수세로 환율을 유지하던 한국은 뒤늦게 영향을 크게 받았다. 일본 엔화, 중국 위안화의 평가 절하가 원화에 연동돼 미치는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환율은 단순히 원화만 절하된 것이 아니라 글로벌 달러 강세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면서 “(원화가) 펀더멘털에 비해 과도하게 절하된 면도 있지 않나 유심히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환율이 과도한 변동성을 보이면 시장 안정화 조치를 통해 환율을 안정시킬 여력이 있다”면서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의 발언은 시장에서 ‘관망’으로 해석돼 환율 변동성을 키웠지만 원화 약세가 가속하면 한은도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할 경우 정부 역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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