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청송군 방호정(方壺亭)에 소장돼 있던 책판 7종 600장이 한국국학진흥원에 기탁됐다.
12일 한국국학진흥원에 따르면 이번에 기탁 받은 ‘방호문집(方壺文集)’, ‘장릉사보(莊陵史補)’, ‘파산세록(巴山世錄)’ 등 책판 600장은 함안 조씨 방호문중과 지역사회 공론으로 제작돼 방호정에서 보관돼 왔다.
방호정은 조선 후기 학자 조준도(趙遵道‧1576∼1665년)가 건립한 정자로 청송군 안덕면 신성리에 위치하고 있다.
조준도는 44세 때인 1619년에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묘소가 잘 보이는 낙동강 절벽 위에 누정을 세웠다. 이후 지역사회 내에서 학문과 모임의 공간이자 출판 공간으로 확장됐다.
기탁된 책판은 1845년 간행된 조준도 문집 ‘방호문집’ 책판 82장, 조기영(趙基永‧1764~1841년)이 함안 조씨 선조의 사적을 정리해 1906년 간행한 ‘파산세록’ 책판 158장, 1863년 간행된 조기영 문집 ‘현은문집(玄隱文集)’ 책판 3장, 함안 조씨 삼대 다섯 인물의 글을 모아 1907년 간행한 ‘현애세고(玄厓世稿)’ 책판 102장 등이다.
단종 사적과 관련된 내용을 모아 1914년 방호정에서 간행한 ‘장릉사보’ 책판 121장, 1922년 간행한 독립운동가 조독호(趙篤祜‧1843~1914년) 문집 ‘회간문집(晦磵文集)’ 책판 56장을 비롯해 조독호가 주희, 퇴계 이황, 회재 이언적, 대산 이상정 등 여러 학자들 문장에서 중요한 부분을 뽑아 간행한 ‘독서찬요(讀書纂要)’ 책판 76장과 계선판 2장 등도 포함돼 있다.
인수 현장에서는 책판 속에서만 볼 수 있는 중요한 정보들이 다수 발견됐다.
‘장릉사보’는 정조 명으로 1796년 완성돼 필사본으로 전해져 오다가 1914년 수정·증보해 간행했으며 이 때 청송 방호정에서 간행했다는 기록이 책판 마지막 부분에 새겨져 있다.
‘방호문집’ 등 책판에는 당시 판각한 각수 이름이 대거 기록돼 있다. ‘독서찬요’ 책판에는 판심(책판의 가운데 부분)에 ‘독서찬요’라는 서명이 76장 책판 모두에 보각(補刻‧보수해 새김)돼 있다.
판각 시 원래 다른 서명이었지만 어떤 사정으로 인해 서명을 바꾸게 되면서 원래 서명을 오려내고 다시 그 부분에 ‘독서찬요’를 새겨 삽입했다.
‘독서찬요’ 책판에는 서명 외에도 본문 중 다수의 크고 작은 보각이 확인됐다. 이는 책에서는 확인할 수 없는 중요한 정보이다.
지난 4일 진행된 인수 현장에는 함안 조씨 방호문중 관계자 10여명도 함께 했다.
인수 현장을 지켜본 함안 조씨 방호문중 후손 조욱래씨는 “오랫동안 문중에서 책판을 관리하면서 시간이 갈수록 관리에 어려웠던 점이 많았다”며 “앞으로 책판을 영구히 잘 보존할 수 있게 돼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종섭 한국국학진흥원장은 “이번에 기탁 받은 방호정 소장 책판은 청송지역 유학사와 지역 출판사 및 목판 연구에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자료”라며 “앞으로도 자료의 체계적인 관리·보존·연구를 통해 민간 소장 기록유산 가치를 확산하는 데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안동=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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