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 ‘개헌 저지선’ 101석도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론이 분출하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이 같은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3선 중진인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이 총선에 출마한 후보 중 처음으로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이 국민에게 무릎을 꿇어야 한다”면서 사과를 촉구했다. 조 의원은 또 대통령실과 내각의 총사퇴를 요구했다.
조 의원은 국민의힘 지도부의 요구로 이번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를 김해을로 옮겼다.
여당 의원이 임기 3년이 남은 대통령을 상대로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조 의원은 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기자회견 배경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200석과 탄핵을 이야기하는 상황까지 왔는데 선거 현장에서 느끼는 것도, 내 스스로 정무적으로 판단해볼 때도 결국은 윤 대통령이나 리더십에 대한 실망이 큰 원인인 것 같다”며 “그런 측면에서 민심을 반전하고 선거 판세, 선거 구도를 반전시킬 수 있는 핵심 변수는 대통령의 변화 여부”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윤 대통령이 그런 내용을 담은 입장 발표가 있으면 하루 만에라도 지긋지긋한 ‘이재명당’ 안 찍고 국민의힘을 찍을 사람이 상당히 많아 보인다”며 “총선에서 이겨야 윤 대통령 3년 국정운영이 보장되고 지면은 식물정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윤 대통령이 국민 앞에 겸허하게 사과를 하고 내각과 대통령실이 사표를 내고 당은 당대로 선거에 지면 국민에게 심판을 받은 것이니 책임지고 22대 국회의원직을 포기하겠다는 발표까지 하면 하루아침에 국민의힘 압승 구도로 바뀔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최소한 사전투표가 시작되는 오는 5일 전에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최소한 사전투표 전, 늦어도 본투표 3~4일 전에는 국민이 기다리는 조치가 있어야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통령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하는 결단을 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한동훈 비대위’ 출범 이후 당 지지율과 국정 지지율이 많이 회복돼 선거 전망이 괜찮았다.
하지만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 대사 임명 논란 등으로 절대 열세 구도로 되돌아갔다. 더불어민주당이 200석을 이야기하고 탄핵을 언급하는 상황까지 왔다.
내가 현장에서 느끼는 것도, 정무적으로 판단했을 때도 결국은 대통령이나 리더십에 대한 실망이 큰 원인인 것 같다.
민주당이 200석까지 가져가면 바로 탄핵 절차에 들어갈 수 있어 절체절명의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러면 나라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심과 선거 판세를 반전시킬 수 있는 핵심 변수는 대통령의 전향적인 입장 표명이다.
지난 주말 사이에 몇몇 의원과 후보들이 단편적으로 (대통령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비슷한 발언을 했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해 제가 결심했다.”
-민주당 후보들의 ‘부동산 편법 대출’ ‘아빠 찬스’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여론에는 큰 영향이 없는 것 같다.
“국민들은 ‘이재명당’이 구제불능당이라는 것을 다 알고 있다.
문제는 총선을 ‘야당 심판 선거’라고 생각하지 않는 데 있다. 총선은 권력을 쥐고 있는 대통령을 평가하고 국정 운영을 심판할지 말지 결정하는 선거다.
몇몇 야당 후보의 불미스러운 일이 드러나고 국민을 실망시키는 사건이 벌어진다고 해서 (큰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
그것보다는 국민이 평가 또는 심판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는 대통령, 정부, 여당이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가 변수다.”
-부산·경남(PK)은 보수세가 강한 지역이었는데 최근에는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다녀보니 어떤가.
“PK는 대구·경북(TK)과는 다르다. PK는 평생 야당 민주화 투사의 길을 걸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을 배출했던 곳이다.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도 나왔고 그분들을 정치적으로 지지했던 지역이기 때문에 보수 일변도가 아니다.
중도층은 대통령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움직인다. 그런데 지난 2년 동안 지역 중도층에 비친 대통령의 모습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
최근에는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인식들이 다시 부각되면서 표심이 민주당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가 있다.”
-‘대통령 사과’ 요구가 받아들여 진다면 중도층 표심을 공략할 수 있다고 보는가.
“그런 입장 발표가 있으면 하루 만에라도 지긋지긋한 이재명당 안 찍고 국민의힘을 찍을 사람이 상당히 많아 보인다.
이번 총선에서 이겨야 윤 대통령의 남은 3년 국정 운영이 보장되고 지면 식물정부 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국민 앞에 겸허히 사과하며 앞으로 잘하겠다고 말하고, 내각과 대통령실은 사표를 내고, 당은 당대로 ‘선거에서 지면 심판 받은 결과에 책임지고 모든 당선자가 의원직에서 총사퇴하겠다’는 발표까지 하면 국민의힘 압승 구도로 바뀔 수 있다.
이 세 가지를 다 하지 않고 대통령의 입장 변화만 있어도 우리가 이기는 구도로 바뀔 것이다.”
-기자회견 이후 당 지도부나 대통령실에서 반응이 있었나.
“없었다. 하지만 당의 원로나 지지자들한테서는 잘했다고 연락이 왔다.”
-당내에서 이런 주장을 할 사람이 또 있을까.
“그런 분위기는 이미 있다고 보지만 실제로 생각을 정리해서 좀 더 강한 톤으로 이야기할 분이 추가로 나올지는 장담할 수 없다.”
-늦어도 선거일 3~4일 전에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받아들여 지지 않으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
“총선 전이라고 해도 하루 이틀 전이면 별 효과가 없다.
국민들이 아는데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최소한 사전투표 전, 늦어도 본투표 3~4일 전에는 국민이 기다리는 조치가 있어야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
그 뒤는 너무 늦다. (받아들여 지지 않는다면) 나라의 흥망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못 걸 것이 없다. 모든 것을 다 걸고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한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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